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 FC)의 부친 손웅정(60) 손(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아들의 축구 수준에 대해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손 감독은 14일 오후 방송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손 감독은 지난 2018년 MBC ‘스포츠탐험대’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말해 이른바 ‘손흥민 월클 논란’을 촉발 한 바 있다.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4년 간 아들이 한 뼘 더 성장했음에도 냉정한 잣대는 여전했다.

그는 아직도 손흥민이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손 감독은 “내 자식이라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흥민이의 축구가 늘 10%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흥민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됐을 때, ‘전성기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그건 내려가라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단, 아름답게 점진적으로 내려가야 한다. 흥민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팬들이 허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영원한 건 없다. 젊어서 잠깐이다. 거기에 도취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손흥민의 성적보다 ‘행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즌 초반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것에 관해 “8경기가 아니라 16경기에서 골이 안 나오면 어떻냐”며 “흥민이에게는 ‘경기 결과와 내용을 떠나서 행복해서 축구를 한 만큼, 행복하게 경기를 하고 와’라고 이야기를 한다. 득점왕도 우리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본인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집에 돌아오는 게 가장 좋다”고 자신의 축구 관을 피력했다.

손 감독은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안와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은 지 3주 만에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손흥민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손 감독은 “부모 마음은 똑같을 거다. 네 군데가 골절이 됐다. 부상을 당할 때 \'아 저건 골절\'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입에서 나온 말은 \'월드컵은?\'이었다. 흥민이도 돌아오자마자 월드컵을 걱정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해달라 요청했지만 부기가 빠져야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부기를 빼기 위해 잠자는 시간 빼놓고 얼음을 계속 대고 있었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은 안면보호를 위해 특별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한국 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아들의 축구 스승이기도 한 손 감독도 축구선수 출신이다. 프로선수로서 37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한때 국가대표 B팀에 선발되기도 했으나 부상으로 20대 중반에 조기은퇴 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양발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손 감독은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왼발을 잘 쓸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그는 “발 씻을 때도 왼발부터, 양말을 신거나 공을 찰 때도 왼발부터 시켰다. 슈팅 연습을 할 때도 왼발을 1.5배 더 사용하게 했다”고 전했다.

프로선수 생활을 일찍 끝낸 탓에 손 감독은 젊을 때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막노동판에 가서 일도 하고, 사글세 살고 하다 흥민이 어렸을 땐 컨테이너에서도 살았다”고 털어놨다.

손흥민을 축구 선수로 키운 것에 관해선 “2세가 태어나면 ‘운동을 안 시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내가 낳았지만 또 다른 인격체 아니냐”며 “흥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때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애지만 나도 보험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 ‘힘든데 하겠냐’고 3번 물어봤고, 하겠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손흥민에게 기본기 훈련을 시켰다면서 “축구인들이 보면 날 손가락질 하겠지만 기본기를 해야 하는 애들을 데리고 기본기는 무시하고 경기를 한다. 경기만 하면 좋은데 성적을 내게 한다. 그게 누굴 위한 성적이냐. 잘못된 거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애들이 어려서 혹사당해서 프로에 진입해야 될 나이에는 수술대에 오르는 문제가 생긴다. 흥민이도 슈팅 연습한 게 18세 이후다. 어린애들은 관절과 근육이 여려서 공을 멀리 강하게 때리는 건 안 된다. 축구를 시작하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다. 멀리 보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 내 자식이 축구를 하는데 멀리 봐야 한다”고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강조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