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긴장 늦추면 안 돼”…‘풀타임+마무리캠프’ 허경민의 남다른 책임감

두산 허경민.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32)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 팀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성적인 9위(60승2무82패)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탓에 충격은 두 배였다. 예전 같으면 포스트시즌(PS)이 한창일 시기에 새 감독 선임과 마무리캠프 등 익숙하지 않은 변화들과 마주해야 했다. 팀 전력의 핵이자 베테랑인 허경민 또한 아쉬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TV를 통해 가을야구를 지켜봤다”는 말에 진한 아쉬움이 녹아있다.

그러나 마냥 주저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진행된 이천 마무리캠프에도 합류해 구슬땀을 흘렸다. 풀타임을 소화한 까닭에 개인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할 법도 했지만, 허경민의 생각은 달랐다. 길어진 비시즌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에서였다. 그는 “오래간만에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니 데뷔 초의 기분이 들었다”며 “이번에는 내년 시즌에 정말 잘하고 싶다는 각오로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 것도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허경민은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20일간 부상자명단에 올랐던 것을 제외하면, 한 차례도 엔트리에서 말소되지 않고 1군에서 뛰었다. 성적도 121경기에서 타율 0.289, 8홈런, 60타점, 10도루로 준수했다. 늘 변함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그는 새 사령탑인 이승엽 두산 감독이 꼽은 팀의 핵심선수이기도 하다. 허경민은 “(이승엽) 감독님께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마무리캠프를 두 턴만 소화했지만, 감독님과 함께 훈련하는 게 정말 좋았다. 내게는 여전히 슈퍼스타”라고 활짝 웃었다.

이제 허경민은 어엿한 팀의 베테랑이다.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최대 7년간 총액 85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며 사실상 ‘평생 두산맨’으로 남게 됐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당연히 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겨우내 젊은 선수들을 보며 새로운 느낌을 받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허경민은 “젊은 선수들이 정말 좋아진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두산의 미래가 정말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우리는 같은 팀의 동료로서 두산이 강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강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