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매장 오픈런 저리가라”…‘슬친자’ 기자가 가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입력 2023-01-3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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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는 캐릭터별 유니폼, 키링, 퍼즐 등 200여 종의 MD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제공|NEW

‘박스오피스 1위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 가보니…

침낭서 밤새운 ‘슬친자들’ 팝업스토어 ‘오픈런’

오픈때 1000여명 몰려 번호표 배포
유니폼등 인기 MD 1시간만에 동나
반차낸 3040팬들 상품품절에 탄식
온라인선 3배 넘는 고가에 리셀도
정대만 유니폼 세트 40만원도 넘어
27일 오전 8시. 기온 -7도.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앞부터 지하철 입구까지 150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들은 전날 밤부터 나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침낭과 보조 의자에 앉아 밤을 새운 ‘밤샘족’들이다. 모두 개장시간인 오전 10시 30분만 기다리고 있다. 오픈 시간 전까지 몰린 사람들만 300여 명이다.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지하2층에서 열리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의 ‘오픈런’을 하기 위해서다. 영하의 추위도 ‘슬친자들’(슬램덩크에 미친 사람들)의 열정을 꺾을 순 없는 듯하다. 이 곳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한 한정판 피규어와 캐릭터별 유니폼, 키링, 핸드폰 케이스 등 200여 종의 MD가 판매되고 있다.

30∼40대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상영 24일 만인 17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의 인기가 팝업스토어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고가의 명품을 사기 위해 벌어지는, ‘밤샘족’ ‘오픈런’을 비롯해 온라인에서는 팝업스토어에서 구매한 제품을 고가에 재판매하는 ‘리셀’까지 이뤄지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연차·반차내고 새벽 ‘오픈런’ 서는 3040

개장 첫날인 26일에는 오픈과 동시에 전날 밤부터 몰려든 1000여 명의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방문객에 팝업스토어 측은 현장에서 급히 임시 번호표를 만들어 배포한 뒤 번호대로 10∼30명씩 손님을 입장시켰다. 유니폼 등 인기 MD의 구매 개수를 1인당 5개로 제한해 판매했다. 그럼에도 오픈 1시간 만에 주요 전부 MD가 동나자 다음 날부터 구매 가능 개수를 1개로 변경했다.

둘째 날인 27일부터는 오픈 시간 1시간 30분전부터 미리 줄을 선 방문객들에게 QR코드를 통해 대기 번호를 받고 입장 순서 10분 전 알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혼란을 줄였다. 당일 오픈 2시간 전인 오전 8시 30분 매장에 도착한 기자의 대기번호는 148번이었고 오픈 1시간 반이 지나서야 매장에 입장했다.

금요일 평일임에도 영화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30∼40대 남성 방문객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영화를 세 번이나 재관람했다는 김진호(38) 씨는 “오전 6시께에 도착해 겨우 100번대 안의 번호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사고 싶었던 MD는 벌써 품절이라 사지 못했다”며 “팝업스토어에 오기 위해 오전 반차까지 냈다. 오픈일이 아니라서 입장이 수월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유니폼 세트 재판매가 40만 원까지

군복을 입고 온 20대 남성부터 친구들끼리 함께 온 10∼20대 여성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또래 친구 두 명과 매장을 방문한 유지나(22) 씨는 “‘슬램덩크’가 농구만화라는 건 알았지만 자세한 건 잘 몰랐다. 이번 영화를 보고 완전히 팬이 됐다”라며 “영화를 보고 넷플릭스에 있는 TV버전 애니메이션도 다 봤다”고 말했다.

매장 밖에서 초조하게 입장 순서를 기다리던 방문객들은 SNS에서 차례로 품절되고 있는 MD 목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는 아쉬움의 함성을 터뜨렸다. 일부는 일본 도쿄 및 나고야 등에서도 열리고 있는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이런 상황 속에서 10만 원이 웃도는 수고비를 내걸고 ‘대리구매자’를 찾는 팬들과 구입한 MD를 훨씬 비싼 가격에 재판매하는 ‘리셀러’들도 등장했다. 2만4000원인 피규어와 13만5000원인 유니폼 세트는 각각 10만 원과 30만 원이 넘는 가격에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장 먼저 품절되는 ‘정대만 유니폼 세트’는 40만 원이 넘는다. 10만 원 이상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특전 포토카드까지 6∼9만 원선에 팔리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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