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유럽리그 자금 공급처…4대리그=‘개발리그’ 전락”

입력 2023-02-03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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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타 유럽리그의 ‘자금 공급처’가 되면서 나머지 리그들이 ‘개발리그’(development league)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EPL 클럽들은 1월 이적 기간 동안 8억 1500만 파운드(약 1조 2195억 원)를 지출했다. 이는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클럽들의 지출 총합 1억 9800만 파운드(약 2961억 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프랑스의 축구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줄리앙 로렌스는 BBC 라디오5 라이브의 유로리그 팟 캐스트에 출연해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이 ‘피더 리그’(feeder leagues·상위 리그에 선수를 공급하는 리그)가 될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프리미어 리그가 이들을 포함한 유럽 축구에 ‘거의 자금을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금액에 상관없이 ‘아무 선수’나 영입할 수 있는 유일한 리그가 EPL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선수 한 명 영입에 2000만~30000 파운드(약 299억~449억 원)를 지출하는 영국 클럽에 의존하고 있다. 리그1에서 나쁘지 않은 기량을 가진 젊은 선수가 있다면 잉글랜드에서 온 누군가가 ‘잘할 수 있으니 4000만 파운드를 주겠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프리미어 리그는 거의 유럽 축구에 자금을 대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만약 잉글랜드 클럽들이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만 선수를 영입한다면 많은 (프랑스) 클럽이 ‘오, 안 돼, 우리는 그 돈이 필요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FIFA(국제축구연맹)와 UEFA(유럽축구연맹)는 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지출을 (클럽 당)1억 파운드(1497억 원)에서 1억 5000만 파운드(2246억 원)사이로 제한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첼시는 겨울 이적시장 마감일에 벤피카(포르투갈)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를 EPL 역대 최고 이적료 1억 700만 파운드(1602억 원)에 영입하는 등 1월에만 약 2억 8800만 파운드(4314억 원)를 썼다.

독일 축구 전문가인 제임스 혼캐슬은 “‘슈퍼리그’(거대 리그가 된 EPL을 지칭)에 대해 가장 많이 항의한 곳이 (사실상) 슈퍼리그라는 사실이 놀랍다”라고 꼬집었다.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리그가 된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럽 다른 리그들이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위한 ‘개발 리그’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다.”

혼캐슬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더는 보유하고 싶지 않은 선수를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다른 리그 클럽들이 그 선수들의 이적료 또는 임금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다른 클럽들보다 훨씬 더 부유하다. 그들은 엄청난 금액에 선수들을 영입하고, 이른바 첼시의 ‘합리적인’ 임금을 주지만, 그 임금은 다른 유럽 클럽들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유럽 다른 리그로 팔거나 임대하기가 어렵다.”

“맨체스터 시티는 가브리엘 제수스와 올렉산드르 진첸코를 아스날에, 라힘 스털링은 첼시에 팔았다. (하지만)유럽 다른 리그 클럽들은 프리미어리그의 이 같은 선수들, 심지어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조차도 감당할 수 없다. 이들의 연봉은 독일 팀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딜로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 명문 클럽들이 유럽 ‘5대리그’ 전체 지출의 79%를 차지한다.

벨기에의 축구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프 테레르는 “지난 5년 동안 10억 파운드가 잉글랜드에서 프랑스로, 같은 금액이 잉글랜드에서 독일로 흘러들어갔다”라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리그는 잉글랜드 클럽에 선수를 팔아넘기는 것을 좋아 한다”며 “벨기에 클럽들은 지난 회계 기간에 모두 2억 유로의 적자를 냈는데, 프리미어리그가 나타나 선수들을 팔 수 있게 되었고, 프리미어리그가 그들을 구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유럽에서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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