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시간 심한 졸음, 만성피로 아닌 기면증? [건강 올레길]

입력 2023-02-15 11:3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평소 심각한 졸음으로 인한 만성피로로 시달리고 있다면 기면증일 가능성이 있다.

기면증은 수면장애 중에서도 생소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기면증은 흔히 길을 가다가 갑자기 픽 쓰러지는 증상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러한 ‘탈력발작’은 의외로 기면증 환자에게서 드물게 나타난다.

기면증은 △낮시간의 심한 졸음 △순식간에 몰려오는 참기 힘든 졸음 △가위눌림 △낮시간 순식간에 잠들고 밤에는 오히려 불면 등이 주요증상으로 나타난다. 심한 졸음에 시달리더라도 이를 기면증이라고 의심하기보다 단순한 만성피로로 여기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기면증은 다른 어떤 수면장애보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자가면역질환은 우리몸의 면역체계가 역시 우리 몸에 존재하는 세포나 장기 등을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환인데, 기면증은 면역체계가 뇌 시상하부에서 하이포크레틴이라는 각성물질을 생성하고 있는 신경세포체를 공격해 각성을 방해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현재 기면증 초기에는 스테로이드 등 면역치료를, 진행이 어느정도 됐을 경우는 ‘모다피닐’ 등 각성물질을 대신하는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미국 텍사스수면의학협회 연구팀은 과도한 졸음과 만성피로 증상이 있는 기면증 환자에 대한 모다피닐 치료와 이로 인한 삶의 질 개선 여부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심각한 졸음 증상이 있는 기면증 환자에게 모다피닐을 1일 1회 투여했으며, 기면증 증상이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필립 베커 텍사스대학교 메디컬센터 정신과 교수는 “기면증이 지속될 경우 과도한 졸음 외에도 우울증, 피로감 등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마저 해칠수 있다”며 “기면증 환자에 대한 모다피닐 치료는 활력과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피로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홍범 코슬립수면클리닉 원장은 기면증 환자의 졸린 정도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신 원장은 “기면증 환자의 졸림증상과 만성피로는 마치 평생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채로 살아가는 것과 같다”며 “심한졸음 증상을 마치 게으름이라 여기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자신의 수면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기면증 환자의 고충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또 “기면증 환자는 본인 의지로 졸음을 조절할 수 없고 졸리다는 의식을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잠든다”며 “기면증 환자는 낮에 수시로 잠에 빠져 밤에 수면에 들게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도 정상인보다 늦게 분비되면서 정작 밤에는 불면증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한졸음으로 인한 만성피로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