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31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사면 결정을 철회한 뒤에도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얼굴마담’에 가까운 스타플레이어 출신 임원 3명(이영표·이동국 부회장,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3일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4일 KFA는 부회장단과 임원진의 총사퇴 의결을 알렸으나 ‘뒤늦은 타이밍’ 때문에 또 한번 비웃음만 샀다.
이런 와중에 하태경 국회의원(국민의힘)이 문화체육관광부와 KFA로부터 제출받은 사면 대상자들을 5일 공개해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위 축구인 100명 리스트에는 승부조작 관련자 48명과 더불어 금전비리, 폭력, 실기테스트 부정 등 약 15가지 항목에 대한 위반 행위로 제명 및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 등을 받았던 52명이 두루 들어있었다. 모두 2014년 문체부가 지정한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입시비리·(성)폭력·조직사유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KFA를 비롯한 축구계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어 충격을 더한다.
승부조작을 제외하면 금전비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8명이 제명됐고, 14명이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2010년 뇌물 심판비리 사건에 연루된 10명,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해 형사 고발된 2017년 사건의 연루자 12명 중 4명이 이번 사면 대상에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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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의원은 “기습사면 사태로 KFA가 그동안 얼마나 폐쇄적인 환경에서 방만한 운영을 해왔는지 드러났다. 총체적 윤리의식의 결여로 볼 수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선은 정 회장의 향후 행보로 향한다. 2021년 1월 3선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로 여전히 1년 9개월 가량 남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후보에 밀려 낙선하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최권은 카타르에 내줘 부실한 외교력을 노출한 데 이어 내치에서도 총제적 난국을 자초한 만큼 안팎으로 강력한 쇄신 요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약속대로 현 지도부가 모두 떠나더라도 난파선이나 다름없어진 조직에 합류할 적임자들을 새로 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정 회장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KFA 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사면)에 따르면 사면권의 발의는 회장의 고유권한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행하도록 돼 있다. 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사면을 건의했는지도 추후 반드시 밝혀야 하지만, 결국 사면권 발의를 결정한 이는 정 회장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