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축구인 사면’ 정몽규 회장 향한 거센 책임론…하태경 의원, 사면 대상 공개

입력 2023-04-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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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61)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년도 제2차 이사회를 열어 한국축구의 근간을 뒤흔든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를 포함해 각종 비위행위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하려다 실패한 여파다. 특히 사면 발표 시점을 국가대표팀의 A매치 직전으로 잡는 꼼수까지 부려 ‘괘씸죄’가 추가됐다.

31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사면 결정을 철회한 뒤에도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얼굴마담’에 가까운 스타플레이어 출신 임원 3명(이영표·이동국 부회장,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3일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4일 KFA는 부회장단과 임원진의 총사퇴 의결을 알렸으나 ‘뒤늦은 타이밍’ 때문에 또 한번 비웃음만 샀다.

이런 와중에 하태경 국회의원(국민의힘)이 문화체육관광부와 KFA로부터 제출받은 사면 대상자들을 5일 공개해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위 축구인 100명 리스트에는 승부조작 관련자 48명과 더불어 금전비리, 폭력, 실기테스트 부정 등 약 15가지 항목에 대한 위반 행위로 제명 및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 등을 받았던 52명이 두루 들어있었다. 모두 2014년 문체부가 지정한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입시비리·(성)폭력·조직사유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KFA를 비롯한 축구계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어 충격을 더한다.

승부조작을 제외하면 금전비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8명이 제명됐고, 14명이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2010년 뇌물 심판비리 사건에 연루된 10명,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해 형사 고발된 2017년 사건의 연루자 12명 중 4명이 이번 사면 대상에 들어있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하 의원은 “기습사면 사태로 KFA가 그동안 얼마나 폐쇄적인 환경에서 방만한 운영을 해왔는지 드러났다. 총체적 윤리의식의 결여로 볼 수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선은 정 회장의 향후 행보로 향한다. 2021년 1월 3선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로 여전히 1년 9개월 가량 남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후보에 밀려 낙선하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최권은 카타르에 내줘 부실한 외교력을 노출한 데 이어 내치에서도 총제적 난국을 자초한 만큼 안팎으로 강력한 쇄신 요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약속대로 현 지도부가 모두 떠나더라도 난파선이나 다름없어진 조직에 합류할 적임자들을 새로 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정 회장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KFA 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사면)에 따르면 사면권의 발의는 회장의 고유권한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행하도록 돼 있다. 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사면을 건의했는지도 추후 반드시 밝혀야 하지만, 결국 사면권 발의를 결정한 이는 정 회장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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