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돈이라도 안 쓰지…’ 전북, 불명확한 세대교체&희미해진 DNA [사커토픽]

입력 2023-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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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가 수상하다.

철옹성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전북은 7라운드까지 소화한 ‘하나원큐 K리그1 2023’에서 2승1무4패, 승점 7로 9위에 머물고 있다. 4패는 우승한 2018시즌과 이미 같은 수치로 전북은 2017시즌 7패, 2019시즌 3패, 2020시즌 5패, 2021시즌 6패를 기록한 바 있다. 몹시도 충격적인 결과이다 보니 최하위(승점 2) 수원 삼성과 함께 전북은 요즘 K리그에서 부정적 측면으로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다만 두 팀의 사정은 다르다. 오현규(셀틱)의 이적료 300만 유로(약 40억 원)의 상당액을 전력 보강이 아닌, 스폰서 이탈 등으로 인한 적자 메우기에 써야 할 정도로 재정이 좋지 않은 수원과 달리 전북은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욕을 먹고 있다.

2009년부터 9차례 K리그 정상에 선 전북은 세대교체를 명목으로 큰 폭의 변화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 최보경(이상 수원FC), 김보경(수원), 이승기(부산 아이파크) 등 베테랑들이 대거 떠났다.

세대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향후 수년을 내다보고 신선한 스쿼드를 만드는 작업은 필수적이고 합리적이다. 안 하는 팀, 못하는 팀이 질타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북에는 문제가 있다. 조화다. 다른 환경에서 뛰던 이들이 ‘원팀’을 이루지 못했다. 전북의 경기를 보면 기존 선수들과 영입 자원들이 약속된 플레이 없이 따로 논다는 인상만 준다.

벤치의 전술적 역량은 차치하고 흔들릴 때 팀을 다잡고 힘을 불어넣어줄 선배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과거 영광을 함께 한 베테랑으로는 홍정호, 김진수, 최철순, 한교원 정도만 남았다. 그나마 일부는 B팀 경기에 나서고 있다.

전북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게다가 최근 전북 주변에선 해괴한 이야기도 들려온다. ‘30세를 넘으면 3년 이상 재계약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나이가 세대교체의 절대적 기준이라면, 1992년생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전북과는 다년 계약이 불가능하다.

시장논리로만 접근하면 예전처럼 뛸 수 없는데 몸값이 높은 선수는 내치는 게 맞다. 하지만 스포츠는 감성적 영향도 크다. 전북이 ‘절대왕조’로 성장한 배경에는 최상의 인프라와 좋은 조건 외에 베테랑에 대한 예우도 큰 몫을 차지했고, 그렇게 쌓인 경험치는 주변이 부러워하는 ‘우승 DNA’가 됐다. 이런 배경을 배제한 채 심지어 연봉을 보전해주면서까지 이적시키는 ‘변화’에만 몰두했다면 완전한 오판이다.

더욱이 선수 영입의 기조도 명확하지 않다. 국내선수든, 외국인선수든 가리지 않고 계획된 큰 틀에 따라 퍼즐을 맞추려고만 하면 디테일을 놓치기 십상이다. 스카우트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엄청난 개선 의지와 확실한 실행이 없는 한 전북은 추락을 피할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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