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가왕의 시간’

입력 2023-05-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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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이 돌아왔다!” 조용필이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신곡 ‘필링 오브 유’를 비롯해 수많은 명곡을 열창했다. 사진제공|YPC·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조용필, 55년 세월 함께한 3만5000명과 ‘떼창’

올림픽주경기장서 ‘위대한 탄생’ 콘서트
장장 2시간 걸친 짱짱한 고음·입담 감탄
트렌디한 신곡 ‘필링 오브 유’ 첫 라이브
밤하늘 짙게 물들인 오빠부대 장관 연출
‘가왕’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갔다. 13일 오후 7시47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오른 조용필(73)이 장장 2시간 동안 꼿꼿이 서서 짱짱한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일흔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과 MZ세대 못지않은 팝 트렌드, 여기에 유쾌한 입담으로 “역시 조용필”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또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선글라스 사이로 틈틈이 새어 나오는 눈웃음으로 또 다른 ‘팬 서비스’를 선사했다.


●8번째 올림픽주경기장 ‘올킬’

이날 열린 ‘2023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는 조용필이 데뷔 후 55년의 시간을 압축해 놓은 무대였다. 마치 밴드 이름이자 팬클럽명이기도 한 ‘위대한 탄생’과도 같다. 지구에서 ‘가왕의 탄생’을 알리듯 반원형 전광판과 무대를 이같이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폭죽과 파란색 레이저를 앞세워 등장한 조용필은 별무늬 셔츠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눈부신 조명만큼이나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 히트곡 ‘미지의 세계’를 시작으로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 등을 연이어 부르며 “제 인생을 여러분과 함께 해왔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 몇인 줄 아시죠? ‘오십 다섯’입니다. 하하. 아직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밤하늘이 공연장을 어둡게 감싸면서 공연장 전체를 물들인 응원봉은 또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이날 조용필은 여느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서 개당 4만 원에 팔리는 응원봉을 모든 관객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응원봉은 중앙 제어로 시시각각 다른 빛을 내며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만들었다.

공연이 펼치진 장소도 조용필의 ‘위대한 역사’다. 그는 히트곡 ‘서울 서울 서울’을 소개하며 “1988년 서울 올림픽 전야제에 올라 처음 이 노래를 불렀다”면서 “오랜만에 부르는 곡인데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잠실주경기장은 가수들에게 ‘꿈의 공연장’으로 불리고, 조용필은 2003년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에서 국내 솔로 가수로선 최초로 이 무대에 섰다. 이후 7번째 공연을 펼치며 모두 전석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3만5000여명 ‘떼창’… “오빠∼”

완벽에 가까운 공연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은 채 3분의 빈틈이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저는 멘트가 별로 없다. 여러분이 다 아시니까, 그냥 즐겨 달라. 저는 노래만 하겠다”는 말처럼 앙코르곡까지 총 25곡을 쉬지도 않고 내리 선보였다. 또 ‘어제 오늘 그리고’, ‘자존심’, ‘창밖의 여자’, ‘친구여’, ‘바운스’ 등 시대별 히트곡부터 지난달 발표한 신곡 ‘필링 오브 유’를 처음 라이브로 들려줬다. 특히 그는 이번에 “그동안 부르지 않아 콘서트때 마다 항의를 많이 받았던 곡”이라며 ‘돌아와요 부산항에’, ‘잊혀진 사랑’ 등을 불러 3만5000여 팬들과 함께 ‘떼창’했다.

이날 팬들은 ‘원조 오빠부대’답게 조용필의 몸짓과 노래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오빠” 함성소리가 자동으로 연신 흘러나왔다. 또 주경기장 곳곳에 ‘55 느낌이 달라, 55 낯설은 세상에∼ 55 너 혼자 몰라’ ‘생각해 생각해 봐도 조용필!’ ‘불어오는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굳이 묻지 않아도 이름만으로 존재의 의미가 되는 그, 우리 곁에 조용필’이라고 쓴 플랜카드로 조용필 데뷔 55주년을 축하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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