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고)진영 언니는 정말 대단, 나도 언젠가는…. US여자오픈? 우승 경쟁하고 싶다”

입력 2023-06-29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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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사진제공 |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강자 박민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도전에 나선다. 7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개막하는 US여자오픈에 출격한다. 지난해 7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공동 37위), 올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 살롱파스컵(공동 20위)에 이은 개인 세 번째 ‘해외 원정’이다.

박민지는 US여자오픈을 마친 뒤 귀국해 7월 13일 제주에서 시작하는 에버콜라겐·더 시에나 퀸즈크라운에 나선다. 이후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7월 말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에 2년 연속 출전할 계획이다. US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연이은 LPGA 메이저대회 출전은 ‘KLPGA 대세’ 박민지가 꿈꾸는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으로 출국(7월 1일)에 앞서 29일 스포츠동아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박민지는 “후회없이 하고 오겠다. 열심히, 잘 하고 돌아올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아쉬움 남았던 두 번의 원정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 때 공동 10위에 올랐지만 최종 성적은 뒷걸음질을 쳤다. “샷 감은 좋았는데, 힘이 들었다. 현명하지 못해서 체력이나 경기 감각이 좋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시차 극복과 현지 코스 적응 등을 위해 이번엔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도 그래서다.

“5월에 일본에 갔을 때는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오히려 경기 때는 감이 좋지 않았다”며 “두 대회 모두 좋지 않게 마무리하고 왔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이전 두 번과 달리 연습 때도 감을 좋게 유지할 것이고, 체력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절대 정신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후회 없이 준비하자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박민지. 사진제공 | KLPGA



●박민지를 깨운 팬들의 한 마디

2021년과 지난해, 각각 6승씩을 거두며 2년 연속 상금¤다승왕을 차지했던 박민지는 올 시즌 초반 7개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 7번째 대회였던 5월 말 강원 원주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 때는 급기야 컷 통과에도 실패했다. 지난해 단 한 번도 없었던 컷 탈락이었다.

2라운드를 마친 후 응원 온 팬들에게 “죄송하다. 나도 속상하다”고 말했을 때 팬들의 반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멀리까지 찾아주시는 팬들은 내가 잘 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오실 것이라 생각했다. 죄송하다고 했더니 팬들이 오히려 ‘괜찮다. 재미있게 치면 되지, 박 프로는 골프를 행복하게만 쳐라. 우리도 그게 좋다’고 하시더라. 사실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그 다음주 롯데 오픈을 휴식 차 건너뛰기로 한 상태라 예상 밖 컷 탈락은 그에게 모처럼의 여유를 줬다. “연습을 계속 했는데도 잘 안 되길래 ‘일단 내 마음부터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외식도 하고, 책도 읽고, 집에서 늘어져라 잠도 잤다. 연습도 많이 하고, 헬스도 많이 하고…. 언젠가 (우승이) 오겠지, 일단 내 마음을 먼저 챙기자, 그 다음에 골프를 챙기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바로 그 다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더라. 나도 놀랐다. 컷 탈락이 내겐 여러 가지로 충격이었는데,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팬들의 진심과 ‘내 마음부터 가다듬자’는 생각 덕분인지 박민지는 이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마수걸이 승수를 챙겼다. 한국여자오픈 공동 4위에 이어 지난주 끝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타이틀 방어에도 성공했다. 3주간 우승~공동4위~우승을 기록하며 대상, 상금 1위에도 우뚝 섰다. US여자오픈 도전에 앞서 잃었던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의미있는 결과였다.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진영 언니는 정말 대단, 나도 언젠가는…”

LPGA에서 활약하는 고진영은 최근 159주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해 ‘레전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58주)를 넘어 최장기간 세계 1위 신기록이란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진영 언니는 굉장히 대단한 것 같다. 뭐든지 진짜 할 것 같이 보인다. 그 자리에 있는데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더 잘 하려고 하는 게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활동 무대는 다르지만, 끊임없는 도전이나 완벽을 추구하는 치열함 등은 사실 박민지도 고진영 못지않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목표를 너무 많이 정하면서 지냈다. 목표와 계획만 가지고 골프를 해 왔다. 이제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이 드니까 오히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놓인 걸 해결하면 언젠가 나도 더 잘하고 더 높은 곳에 있겠지’ 그냥 이런 생각을 할 뿐이다. 일단 US여자오픈을 잘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언젠가 그런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US여자오픈? 우승 경쟁하고 싶다

지난주 우승 뒤 그는 US여자오픈 목표에 대한 질문에 “톱5에 들고 싶다. 미국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 나서는 해외 원정. 앞선 두 번의 도전이 아쉬움이 많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더 완벽하게 준비 중이다. “1, 2라운드에 일단 상위권에 있으면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우승 경쟁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최대한 근접한 곳에서 예선을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 어떻게든 한 타씩 줄여가자는 마음”이라며 “2라운드 끝나고 상위권에 있으면 우승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행복한 골프’를 향해….

원주에서 만났던 팬들의 말처럼, 그는 ‘행복한 골프’를 하고 있을까.
“사실 골프 선수는 매 대회가 경쟁이고 성적을 내야한다. 아무래도 골프 성적에 웃고 울고, 생각 자체도 골프 성적에 많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직업 선수로서의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내게 ‘행복한 골프’는 성적 안 나와도 행복한 골프가 아닌, 내 삶과 골프의 밸런스가 맞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골프를 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인생 얘기를 하고, 그렇게 할 때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행복한 골프에 점점 더 가까워지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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