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환 U-17 축구대표팀 감독, “선수들에게 10가지 키워드 제시했다. 월드컵 4강이 목표!”

입력 2023-07-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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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환 U-17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팀 문화를 만들었고 전술의 색을 입혔다. 이제는 월드컵 4강이 목표다.”

변성환 17세 이하(U-17) 축구국가대표팀 감독(44)은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달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얻은 것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도 “우리의 축구철학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기뻐한다.

과거 한국은 U-17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와 2019년 브라질 대회 8강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본선 출전도 5번에 그쳤다. 아시아무대에서 자주 덜미를 잡힐 정도이다 보니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주도적 축구’, ‘결과 이상으로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축구’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변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과 결과 모두를 챙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친구인 김은중 U-20 대표팀 감독과 자주 연락하는 사이”라며 “김 감독의 U-20 월드컵 4강이 내게 큰 자극제가 됐다. 우리 U-17 대표팀도 4강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막막했던 1년간 내실을 다졌다!

좋은 지도자가 되고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변 감독이다. 그는 2018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부임하기에 앞서 2015시즌부터 성남FC U-12, U-15팀 감독과 1군 코치, 감독대행 등을 맡아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변 감독은 “성남 유스가 워낙 강했고 팀 성적도 괜찮았지만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만 갖고 선수를 가르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당시 박경훈 협회 전무님께서 협회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 선수는 이해하는 만큼 잘하게 된다는 생각에 선수를 잘 이해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임지도자 생활 초반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U-17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1월을 ‘막막함’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연령별 대표팀과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은 협회 차원에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다. 협회 전임지도자들이 유소년선수들의 기술, 체력, 심리 등의 지표를 측정해 우수인재를 발굴했다.

변 감독은 “골든에이지 프로그램 시작 후 학년별로 주요 선수들의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을 겪은 뒤 첫 1년 동안 선수를 다시 파악해야 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그 과정 속에서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 유스 팀과 달리 연령별 대표팀은 훈련시간이 적다보니 팀에 정말 필요한 훈련만 하는 등 요령이 생겼다. 일부 선수는 대표팀 소집 후 첫 이틀 동안 소속팀의 색깔을 빼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슬로건과 10가지 키워드에 담긴 팀 문화

변 감독은 슬로건으로 ‘무모한 도전’을 발표했다. 자신의 선수시절만 하더라도 전 연령별 대표팀이 ‘선수비 후역습’을 펼쳤기 때문에 ‘왜 우리는 주도하는 축구를 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남았다. A대표팀이 지난해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주도하는 축구’의 구현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자신도 ‘무모한 도전’을 해보겠다고 말한다.

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10가지 원칙이 있다. ▲상황 인식 ▲공간 인식 ▲후방 빌드업 ▲공 주위에서 수적 우위 ▲제3자 활용 ▲전진 패스 ▲공격적인 첫 터치 ▲도전적인 1대1 맞대결 ▲7초룰 ▲콤팩트한 수비 밸런스다. 그는 선수들의 빠른 이해와 습득을 돕고자 이 10가지 원칙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 예시 자료로 보여줬다. 이제는 지식과 경험을 말로 설명하는 시대가 아니라 ‘명시적 코칭’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해서다.

변 감독은 “해당 연령대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러서는 축구를 지금 가르치기보단 공격적으로 나서 골도 넣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며 “공을 빼앗긴 뒤 7초 만에 재탈취해야 하는 점, 도전적인 1대1 공격과 수비, 자신의 전진 패스는 물론 동료의 전진 패스를 위한 직선적 움직임 등은 지금 습관을 잘 들여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과정은 순조롭다. 물러서지 않는 팀 문화가 자리 잡은 U-17 대표팀은 최근 A대표팀, 수원 삼성, K3리그(3부) 팀들과 연습경기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성인 선수들을 상대로 후방에 40m를 비워놓고 플레이하는 것이 부담이긴 했다. 그러나 내려서는 축구만 하면 발전이 없다”며 “선수들을 유일하게 혼낸 적이 있다면 상대의 기세에 눌려 움츠러들었을 때였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덤비니 성인 선수들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선수 스카우트와 전력 분석은 현재진행형

변 감독은 15일부터 전국 중·고대회를 순회하며 선수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다음달 3번째 주와 5번째 주에는 5박6일씩 U-17 대표팀을 소집해 월드컵 본선에 초점을 맞춘 첫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9월에는 유럽, 아프리카의 강팀들과 평가전을 계획 중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U-18 대표팀이 출전할 국내 4개국 대회에 월반해서 나설 수도 있다. 10월에는 U-17 월드컵 개최지인 인도네시아 현지 적응을 위한 캠프 구축과 입소를 준비한다.

변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선 더 공격적인 전술로 나서야 하는데 아직은 선수들의 매 경기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공간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선 수비 보완이 필요해 여러 훈련 세션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3번밖에 남아있지 않다. 8월 조 추첨 이후에는 상대도 분석해야 하고, 선수들의 소속팀과도 긴밀히 접촉해 컨디션을 점검해야해 바쁠 것 같다”며 “주어진 과제가 많지만 본선에서도 우리가 해야 할 축구를 펼쳐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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