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왼쪽)·김은희 작가. 사진제공 | SBS·미디어랩시소
29일 종영 앞두고 시청률 10%대 질주…‘악귀’ 인기 비결은?
악귀에 씐 김태리, 평소와 180도 다른 연기
무속신앙 요소 복선으로 활용해 추리 유도
김은희 작가의 ‘현실 공포’ 장르 한계 넘어
‘청춘 아이콘’ 김태리와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시너지가 제대로 통했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내놓은 SBS 금토드라마 ‘악귀’가 29일 종영을 앞둔 최근까지 10%대(닐슨코리아)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화제작 반열에 올랐다. 특히 로맨스 등 대중적인 인기 요소를 빼고, 오로지 공포 장르로만 폭넓은 시청자의 인기를 끄는 데 성공하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악귀에 씐 김태리, 평소와 180도 다른 연기
무속신앙 요소 복선으로 활용해 추리 유도
김은희 작가의 ‘현실 공포’ 장르 한계 넘어
●김태리의 ‘신(神)들린 연기’
드라마는 평범한 9급 공무원 준비생인 김태리와 귀신을 보는 민속학교수 오정세가 김태리 몸에 들어간 악귀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렸다. 막바지에 접어들며 이들이 붉은 댕기, 옹기조각 등 악귀의 정체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물건과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빠른 속도로 그려지며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야기를 전면에서 이끄는 김태리는 평소와 악귀에 빙의된 상태를 흔들리는 눈빛과 섬뜩한 미소만으로 구분지어 표현해 극찬을 받았다. 후반에는 점차 악귀에 잠식당해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공포와 혼란을 극대화시켜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해 화제몰이를 했다.
악귀에 씐 김태리가 친구 양혜지에게 “너 거지니?”라며 막말을 퍼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떨며 미안해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쇼츠(짧은 영상)로 공개돼 무려 442만 조회수를 얻었다. 또 “악귀 상태와 평소가 목소리부터 다르다”, “진짜 신들린 것 같다” 등 호평이 담긴 28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김은희 작가의 뚝심이 힘!
앞서 다른 공포드라마들이 귀신이 벌이는 기이한 현상에 집중했다면, ‘악귀’는 억울하게 악귀가 된 귀신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점이 독특하다. 김 작가는 “악귀보다 더 악한 사람들을 악귀로 표현하고 싶다”며 오정세의 할머니이자 대부업체 대표인 김해숙을 악귀를 만들어낸 ‘원흉’으로 그리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26일 “이기적인 욕망과 꿈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메시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 선과 악이 흐릿해진 악귀 등을 통해서 시청자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태자귀(어린아이 귀신), 당제, 장승 등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무속신앙 요소들을 복선으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추측을 끌어냈다. 덕분에 SNS에는 향후 내용을 전망하는 게시물이 쏟아지며 드라마에 화력을 더했다. 공 평론가는 “직접적인 이미지 대신 소리와 그림자로 귀신을 표현하고, 아동폭행이나 전세사기 등 실제 사건들을 담아 현실적인 공포를 끌어올린 점도 지상파에서 방송하기 적합해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