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은 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9라운드 홈경기에서 광주FC에 0-2로 완패했다. 28라운드 FC서울전(2-2 무)에 이은 2경기 연속 무승 속에 승점 61(19승4무6패)에 묶였다.
한때 승점 100점 고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압도적 레이스를 펼친 울산이지만, 후반기 흐름은 정반대다. 7월을 3승2패로 마친 뒤 8월에는 1승2무1패에 그쳤다. 9월도 패배로 출발했다.
그 사이 2위 포항 스틸러스가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14승11무4패, 승점 53으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항은 7월 3승1무1패에 이어 8월 이후 5경기 연속 무패(2승3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지만 울산으로선 뒷목이 서늘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잘 나가다가도 뒤집힌 기억이 수차례다. 특히 전북 현대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치다 유독 많이 미끄러졌다. 라이벌들에 비해 결코 많다고 보기 어려운 우승(3회)에 비해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준우승 기록(10회)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울산과 포항이 직접적으로 맞물린 시즌도 있었다. ‘호랑이군단’에 가장 끔찍한 기억은 2013년이다. 꾸준한 선두를 달리다 파이널라운드 최종 2경기에서 낭패를 봤다. 그해 11월 27일 울산이 부산 아이파크에 1-2로 패한 반면 포항은 서울을 3-1로 잡고 승점 2점차로 따라붙었고, 12월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맞대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1-0 승리를 거둔 포항이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포항은 정확히 6년 뒤 울산 원정 최종전에서 4-1 대승으로 고춧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2차례 시즌 모두 포항에 비기기만 했어도 울산은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
울산 홍명보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구성원 모두 ‘가을의 악몽’, ‘준우승 트라우마’를 생생히 기억한다. 당장 올해 ‘동해안 더비’만 2차례 더 남았다. 포항이 전승을 거두면 2점차까지 좁혀진다. 광주전을 마친 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책임감과 응집력이 보이지 않았다. 개인 능력은 팀플레이가 없으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구단의 안일한 대처로 여름이적시장 동안 보강보다는 이탈이 두드러졌기에 더 뼈아프다.
포항은 “(역전 우승이) 쉽지 않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불가능하다”고 외치지 않는다. 최근 울산이 전북을 1-0으로 꺾자 김기동 포항 감독은 “전북이 질 경기는 아니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한 자리 승점차가 되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울산의 부진으로 이제 희망의 시나리오를 그리게 됐다. 창단 50주년을 맞은 포항에 또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