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학교체육…대한민국 ‘청소년 건강경계령’

입력 2023-09-14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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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주일에 2-3시간
그마저도 자율학습시간 전락
초등선 음악.미술과 통합수업
인식 개선과 대대적 혁신 필요
《학교체육진흥회와 스포츠동아는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2023 학생 스포츠기자단’을 운영합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학생 스포츠기자단’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선발된 학생기자들이 다양한 학교 스포츠 활동 및 일반 스포츠 관련 소식을 취재해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건강하고 활기찬 학교체육 문화조성에 앞장 설 것입니다. ‘학생 스포츠 기자단’이 취재한 기사는 선별해 매월 1회 지면을 통해 게재됩니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며 공부에 매진한다. 특히 고등학생, 그 중에서도 3학년은 대학 입시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가 끝나면 야자(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야자가 끝나면 학원을 간다. 집에 가서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한다.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쓰는 것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학생들의 운동 시간은 적을 수 밖에 없다.

운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뇌 건강과 직결되어 운동을 통해 정신 건강의 증진할 수 있다. 또한 운동부족은 심혈관계 질환, 각종 성인병, 만성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3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운동을 하도록 권장한다. 바로 ‘7330 캠페인’이다. 이를 실천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운동 활동을 위해 일주일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체육 수업을 편성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충분한 시간은 아니고 최소한의 운동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짧은 체육시간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체육 시간은 그저 머리 아픈 학교 일과 중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일 뿐이다. 특히 고등학교는 입시 위주 교육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참여도가 더 떨어진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체육수업에서 가르치는 종목을 명확히 정해놓고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입시 위주의 분위기에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체육시간이 아예 자습시간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학교 체육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곳들이 많다. 물론 이는 교육 가치관의 차이이기도 하다. 일주일 5일 수업에 하루 한 시간 씩 체육 수업을 하는 나라가 굉장히 많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는 축구, 배구, 골프 등 체육 수업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종목에 남자와 여자부를 따로 운영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체육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146개국 11세~17세 청소년 약 160만 명을 대상으로 운동 상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운동 부족이 가장 심각한 나라(운동부족 약 94.2%)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여자 청소년은 운동부족이 전체의 97.2%에 달해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한국 남자 청소년도 91.4%로 필리핀 다음으로 운동부족 비율이 높았다.

운동부족은 학생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의 ‘2021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비만 비율이 2019년(15.1%) 대비 3.9%포인트 증가한 19%로 나타났다. 과체중 학생 비율도 1.1%포인트 늘어 11.8%에 달했다. 우리나라 초·중·고 전체 학생 10명 중 3명은 비만이나 과체중인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체육 관련 대한민국 교육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행 초등학교 1~2학년은 교육과정에 따라 체육, 음악, 미술을 합친 통합교과 수업을 받는다. 통합교과이다 보니 교사 재량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세 과목이 서로 다른 영역이어서 이를 통합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과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육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신체 활동을 일찍부터 익히기 위해 체육 교과 분리를 강조한다. 정현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원은 “체육 수업을 통합 교과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음악과 미술에 묶어서 함께 다루는 경우는 없다”며 “뛰고, 공을 치고, 유연성을 기르는 건 초등학교 1¤2학년 시기부터 해야 나중에 본인이 원하는 체육 활동에 관심을 갖고 금방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너무 공부에만 비중을 둔 나머지, 학생들의 기본적인 운동 시간이 보장받지 못 하고 이것이 운동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문제들을 불러온다. 공부도 좋지만,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창 건강할 나이에 국가가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지 못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교육의 기조가 바뀌어야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인식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

손형진 스포츠동아 학생기자(구덕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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