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는 살인사건을 둘러싼 두 여성의 핏빛 연대기다. 전혀 이해관계가 없던 두 여성이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에게 최선일지 최악일지 모를 연대가 작품 핵심 줄거리다.
애초 이응복 감독이 연출자로 참여해 송혜교와 한소희를 캐스팅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작품에서 손을 뗐다. 이후 심나연 감독이 연출자로 낙점돼 송혜교, 한소희와 다시 이야기를 완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조합은 시도에서 멈췄다. 영화감독 출신 작가 고집이 상당해서다. 그렇다고 제작사 중재와 소통도 없었다. 실정에 맞지 않는 일부 설정과 장면에 대한 수정과 각색은 작품 초기 기획 단계부터 논의됐던 사항이다. 이응복 감독부터 심나연 감독까지 같은 부분, 같은 지점에서 수정 방향을 제시했다. 실제 법률 자문까지 통해 사정기관 설정의 허술함까지 수정해야 함을 짚었다. 그러나 작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심나연 감독과 두 여배우가 짜고 자신 권한을 침해한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결국 설득에 지쳐 심나연 감독과 송혜교, 한소희는 ‘자백의 대가’에서 떠났다. 그러면서 ‘자백의 대가’를 둘러싼 업계 소문은 흉흉했다. 여배우 측 갑질, 여감독과 남작가의 남녀 성 갈등 등 이상한 소문만 나돌았다. 실제 문제는 작가 아집과 제작사 중재 무능력이 원인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자백의 대가’는 기획 단계에서만 머무르는 작품으로 전락하는 듯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다수 흥행작을 탄생시킨 조문주 프로듀서와 이정효 감독이 ‘자백의 대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조문주 프로듀서와 이정효 감독은 우선 여배우들이 꺼리는 문제의 설정부터 뜯어고치는 데 중점을 뒀다. 여러 감독과 앞서 두 배우가 이야기한 설정 방향성을 실정에 맞게 전면 수정하기로 한 것. 그리고 그렇게 수정된 대본으로 다시 캐스팅을 진행해 전도연, 김고은이 출연한다. 다른 배역 캐스팅도 진행 중이다.
중재 능력도 없던 이전 제작사는 이름만 올리고, 제작 전반은 사실상 조문주 프로듀서와 이정효 감독이 맡는다. 여기에 전도연, 김고은까지 더해진 상황. 여러 OTT가 탐을 냈을 정도로 작품 로그 라인은 그럴듯하다. 살인 누명을 쓴 여자가 교도소에서 만난 여자와 연대해 새로운 일을 공모하는 과정은 흥미로움 그 자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도연과 김고은 연기 빛날 ‘자백의 대가’는 초기의 잡음을 끝내고 색깔이 분명한 두 수장의 진두지휘 아래 잘 완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