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조진웅 “아버지 이름=활동명, 이름값하며 살 수밖에 없죠”[인터뷰]

입력 2024-02-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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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주)

오늘 개봉 영화 ‘데드맨’ 주연 맡은 김희애·조진웅

횡령 누명…죽은 사람으로 사는 역
‘이름의 사회적 가치’ 되새기게 돼
배우 조진웅(47)과 김희애(56)가 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맨’(하준원 감독, 팔레트픽처스 제작)으로 설 연휴 흥행을 정조준한다. ‘데드맨’에서 두 사람은 1000억 원 횡령의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남자 이만재와 누명을 벗겨준다며 이만재에게 접근하는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 심여사를 연기한다.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여러 욕심과 복잡한 내면을 밀고 당기며 연기하는 이들의 호흡이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자신을 내던지며 연기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다”며 치열하면서도 뜨거웠던 촬영 현장을 돌이켰다.

●조진웅 “처음 만난 ‘바지 사장 세계’ 소름”




하준원 감독이 5년 여 간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완성한 영화는 타인에게 이름을 팔아 직함을 얻거나 불법적 투자에 휘말려 나락에 빠지는 일명 ‘바지사장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렸다. 조진웅은 “‘그것이 알고 싶다’나 ‘추적 60분’같은 르포 프로그램에서만 봤던 일들을 그린 영화의 내용이 섬뜩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다른 작품에서는 단 한 번도 본적 없던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아차’하는 사이에 인생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게 무섭더라고요. 사실 저희 아버지도 보증을 잘 못서서 집안이 엉망이 된 적이 있거든요. 누군가는 ‘바보 같이 그걸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더라고요.”

영화는 자신이 이름의 무게, 이름에 대한 책임감 등 이름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자신의 본명인 ‘조원준’ 대신 아버지 존함인 ‘조진웅’을 활동명으로 쓰고 있는 그에게 이번 영화가 유난히 남다르게 다가온 이유다.

“아버지 이름을 활동 명으로 정하면서 스스로 ‘이름값’을 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환경을 스스로 만든 거죠.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려고요. 사실 아버지 존함을 쓴다고 해서 매 순간을 의미 있게 살 순 없어요. 가끔은 스스로를 놓아버릴 때도 있죠. 하지만 그럴 때조차 최소한의 것들은 지키면서 살게 되더라고요.”

혹자는 부담감으로 인해 아버지의 이름을 활동 명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냐고 묻지만 그는 단호히 “단 한순간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힘줘 말한다.

“저 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이름을 빌려준 것을) 후회 하지 않으세요. 아버지도 저도 이런 삶에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본인 이름으로 친구들에게 밥까지 사신다니까요. 이름 사용 값으로 아버지께 꾸준히 로열티도 드리고 있답니다. 카드 한도도 올려드렸다고요!”

아버지의 이름만큼이나 조진웅의 삶을 올곧게 지탱하는 존재는 마흔이 넘어 얻게 된 귀중한 딸이다. 올해 다섯 살인 그의 딸은 그가 “매 순간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자식이 생기면 정말 인생이 달라지더라고요. 딸이 다리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제 다리를 잘라 줄 수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딸이 대학 다닐 때까지 건강히 살아있었으면 좋겠네요.”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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