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과 첫 대결서 눈물 훔친 KIA 양현종의 추억 “너무도 이기고 싶던 형…다시 붙으면 재미있을 것”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4-02-25 16:0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편견을 깨고 싶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6)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가 되기까지 많은 시련을 이겨냈다. 데뷔시즌에는 성장통도 적지 않게 겪었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돼 큰 기대를 모았지만, 그에게 프로의 벽을 절감하게 만든 한 경기가 있었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과 선발 맞대결이었다.

2007년 4월 29일 광주구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붙은 둘은 서로 상반되는 결과를 냈다. 양현종은 1회초 선두타자 안타, 후속타자 볼넷을 잇달아 허용한 뒤 1사 1·2루서 김태균에게 3점홈런을 맞고 0.1이닝 만에 강판됐다. 류현진은 8이닝 2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양현종이 프로에 데뷔하기 한 해 전인 2006년 류현진은 신인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동반 석권으로 KBO리그의 최초 역사를 쓴 스타였다. 팀의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양현종은 “난 선발진 공백을 메운 선수에 불과했지만, 형은 신인 때 이미 정점을 찍지 않았느냐”며 “그 때 모두가 ‘(류현진을) 이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편견을 깨고 싶어서 나 홀로 발악하듯 형을 이기고 싶어 했다”고 돌아봤다.

류현진을 꺾겠다는 기백으로 마운드에 오른 당시 19세 신인이 강판 후 벤치에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이제 많은 이들이 격세지감을 느끼는 추억이 됐다. 양현종은 “정말 이기고 싶었지만 너무 빨리 강판돼 눈물을 보였는데, 그 자료화면이 아직까지 인터넷상에 돌아다니고 있더라(웃음). 그 때 영상을 보니 ‘참 절실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17년 전 좋은 추억이 돼 ‘시간 참 빠르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나 역시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며 “(양현종이) 시련을 잘 극복해 우리나라 최고 투수가 되지 않았느냐. 그런 투수인데, 사실은 눈물이 아니고 땀을 닦은 것 아닐까”라고 웃었다.

세월이 흘러 양현종은 최연소 통산 150승(당시 만 34세 2개월 18일) 돌파에 현역 최다승(168승) 투수가 됐고, 류현진, 김광현(SSG 랜더스)과 함께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트로이카로서 메이저리그(MLB)도 경험했다. 이제 류현진이 KBO리그로 복귀해 다시 한번 맞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양현종은 “(류)현진이 형에게서 나오는 위압감은 여전하다. 늘 존경하는 형이고, 다시 붙는 날 승패를 떠나 재미있는 시합을 펼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