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음악 여정 동안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를 거듭해 온 해금연주자 천지윤의 새 앨범은 ‘베토벤’이다. 클래식 음악사의 거봉 베토벤의 대표작 ‘운명’, ‘월광’, ‘합창’, ‘영웅’, ‘엘리제를 위하여’, ‘비창’, ‘교향곡 7번’이 해금의 두 줄을 타고 새롭게 탄생했다.
대부분의 레퍼토리를 소품, 실내악이 아닌 교향곡에서 가져왔다는 점도 ‘혁명적’이다.
천지윤은 세계인 누구를 만나더라도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을만한 베토벤의 대표 선율로 이번 앨범 ‘천지윤의 해금혁명 : 베토벤’을 구성했다. 천지윤과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은 베토벤의 ‘운명’, ‘비창’, ‘환희의 송가’ 등의 원선율만 집중적으로 차용해 재즈 편곡을 접목함으로써 해금,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환상적인 앙상블을 만들어 냈다.
단 두 줄의 현과 느슨한 말총으로 다양한 음색을 빚어내는 천의 얼굴을 가진 악기 해금은 어린아이의 숨결부터 노파의 노래까지, 고요함과 격정, 여유와 여백의 미로부터 세차게 몰아치는 빠른 패시지까지 표현이 가능한 매력적인 악기다.
‘천지윤의 해금혁명 : 베토벤’은 한국의 전통악기 ‘해금’에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세계적인 악기 ‘해금’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천지윤은 베토벤을 카피하고, 해금으로 그의 선율을 커버하고 있지만 베토벤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윤성 (피아노)¤래리 스틴(베이스)¤마크 파버(드럼)와의 협업, 천지윤이 베토벤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결국 베토벤표 새로운 소리의 콘텐츠를 완성해내고야 말았다.
천지윤은 해금의 정통성을 가진 전통음악 중심으로부터 다양한 영역으로 음악적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 이날치 밴드의 음악감독 장영규와 ‘음악그룹 비빙’의 멤버로 오래 호흡을 맞췄고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에 초대돼 한국을 알려왔다.
전통 선율을 근간으로 재즈와 협업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2017년)’, ‘잊었던 마음 그리고 편지(2022년)’에서는 김순남과 윤이상 초기 가곡을 통해 한국적 뿌리를 가진 가곡음악으로 음악적 저변을 확장해왔다.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