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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KFA)가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 우선순위로 두고 사실상 단독 협상을 벌여온 제시 마치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미국)은 오지 않는다. 한국행을 사양한다는 마치 감독의 최종 입장이 10일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타까운 결말이다.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소위원회를 구성해 선정한 후보들 중 한 명인 마치 감독을 4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직접 만나 대면 인터뷰를 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하나를 빠트렸다. 계약기간, 연봉, 세금 등 금전적 조건에 대한 부분이다.
이 자리에서 정 위원장 일행은 마치 감독에게 “한국축구의 성장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느냐?”, “국내 거주가 가능하겠느냐?” 등을 물었다. 마치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가 사전 준비한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그에게 아무런 약속을 할 수 없었다. 협상 권한이 없어서였다. 물론 마치 감독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간접적으로 마주한 모든 후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KFA가 2021년 7월 개정한 정관에 따라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본래 ‘대표팀 관리 목적’의 기구였으나, 당시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불편하게 여긴 일부 인사들이 정관 개정을 주도했다는 시선이 대체적이다.
KFA는 “최종 의결권을 갖는 분과위원회는 공정위원회가 유일“하다고 항변하지만, 지금의 전력강화위원회가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정 위원장이 개괄적인 금액과 계약기간이나마 직접 전달했다면 ‘가능 여부’를 더 빨리 파악하게 되고, 협상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이 꼬였다. 마치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한국행에 관심 있다’는 의향을 내비친 뒤에도 실질적 협상은 2주 가까이 지나고서야 시작됐다. KFA가 협상 채널을 별도로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KFA가 마치 감독에게 사실상 ‘올인’하며 다른 후보들과 대화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은 까닭에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 이후 가장 성공한 외국인 사령탑으로 꼽히는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을 선임한 2018년 여름과 크게 비교된다. 당시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 감독)은 2차례 유럽 출장에서 벤투 감독 외에도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슬라벤 빌리치(크로아티아), 키케 플로레스, 후안데 라모스(이상 스페인) 등을 만나 기본적 조건을 전했다. 후보 선정과 협상을 분리한 KFA가 자승자박에 처한 형국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