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행렬에 케이팝 팬덤의 상징인 ‘응원봉’ 물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출처|MBC 뉴스 영상 캡처

촛불집회 행렬에 케이팝 팬덤의 상징인 ‘응원봉’ 물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출처|MBC 뉴스 영상 캡처


12·3 비상계엄령 사태의 후폭풍이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에 촛불집회의 열기가 커져가는 가운데, 케이(K)팝 팬덤의 상징인 ‘응원봉’이 뜻밖의 관심 대상이 돼 눈길을 끈다.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대중들이 저마다 촛불 대신 다양한 응원봉을 들면서 새로운 ‘집회 아이템’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지난 주말인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를 중심으로 부산, 광주,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탄핵안 표결 당일인 7일에만 주최 측 추산 약 100만 명(경찰 추산 10만 7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가 촛불집회를 소개하는 도중 걸그룹 에스파의 응원봉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사진출처|BBC

영국 BBC가 촛불집회를 소개하는 도중 걸그룹 에스파의 응원봉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사진출처|BBC

특히 10~20대 참가자 사이에서는 발광력이 좋고 건전지 교체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집회 필수품으로 응원봉을 꼽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SNS 플랫폼 X(구 트위터)에는 아이돌 그룹 팬덤끼리 함께 모여 응원봉을 들어올리는 ‘집회 참가 인증샷’을 찍는가 하면, ‘파이팅 해야지’ ‘슈퍼노바’ 등 케이팝 히트곡들을 개사해 부르는 모습 등을 담은 영상들이 줄지어 게시됐다.

관련 흐름에 중장년도 반응하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형형색색으로 빛이 바뀌는 응원봉이 집회에서 인기를 끌자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집회템’이란 제목과 해시태그로 응원봉을 판매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8일에는 여의도 인근 집회 당시 한 무대에서 응원봉을 궁금해 하는 중장년을 위해 각 그룹 응원봉을 소개하는 자리까지 마련돼 화제를 모았다.

‘집회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은 에픽하이의 응원봉 ‘박규봉’ 모습. 사진출처|케이팝스토어

‘집회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은 에픽하이의 응원봉 ‘박규봉’ 모습. 사진출처|케이팝스토어

이중 가장 ‘핫한’ 집회 아이템으로 꼽히는 에픽하이의 응원봉인 ‘박규봉’은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박규봉’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손가락 욕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구매 의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해당 응원봉은 7일부터 상품 문의글만 110여 개가 달렸고, 8일에는 품절됐다 9일 급히 재입고 됐다.

외신들도 케이팝 팬덤의 응원봉이 집회에서 불빛을 밝히고 있는 진풍경을 비중 있게 다뤘다. 영국 BBC는 특파원이 집회 모습을 직접 전하며 “군중이 케이팝 노래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었다”고 보도했고, AFP 통신은 “케이팝 코래와 응원봉이 뒤덮은 현장이 댄스파티 같았다”고 소개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