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이 된 비올라’ 비올리스트 김남중, 국립국악원 무대에 서다…노은아 교수와 지영희류 해금산조 병주

2022년 자신의 독주회 ‘Blooming’에서 세계 최초로 해금산조를 연주하고 있는 김남중(왼쪽).

세계적인 비올리스트이자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를 맡고 있는 김남중이 또 한 번 의미 있는 ‘음악적 융복합’을 시도한다.
김남중은 12월 18일(수) 오후 7시,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가즌악회의 제9회 정기연주회 무대에 올라 해금 연주자 노은아 교수(서울대 국악과)와 함께 지영희류 해금산조를 병주(이중주)할 예정이다. 고수 최영진이 장단을 잡는다.

2022년 3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독주회에서 해금산조를 세계 최초로 비올라로 연주한 김남중은 이후 꾸준히 이 작품을 무대에서 연주해 왔다. 2023년 10월 기획공연시리즈 ‘낮별에서 밤별로’ 쪽마루 음악회에서의 지영희류 산조 연주는 더욱 뜨거운 화제가 되었는데, 여기에는 복합공연예술 기획자로서 김남중의 감각도 한몫했을 것이다.
클래식 연주자로서의 명성과 함께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기원 음악회 음악감독 및 지휘자, 2019년 융복합공연예술축제 파다프 개막작 선정 및 최우수음악상 수상 등 예술감독, 융복합공연 기획자로도 괄목할 만한 행보를 해 왔다.

김남중은 “해금 산조를 비올라로 연주함으로써 산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고 싶다. 악기의 특징을 살려 10여년 전부터 국악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고, 3년 전 독주회에서는 지영희류 해금산조를 솔로로 연주했다. 이후 노은아 선생님과 병주 연주를 준비해 왔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국립국악원 무대에 서게 됐다”며 기쁨과 설렘을 드러냈다.

김남중은 2014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연주해 뉴요커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김남중은 비올리스트로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 왔다. 카네기홀, 필하모닉 홀을 비롯한 세계 유명 콘서트홀에 꾸준히 초청받아 리사이틀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뉴욕 UN본부 총회의장에서 독주무대를 가진 최초의 비올리스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김남중으로서도 클래식이 아닌 국악 연주로 국악전용 공연장인 국립국악원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 아홉번 째 정기연주회를 여는 가즌악회는 ‘골고루 다 갖춘다는 의미(가즌)’의 이름을 갖고 있다. 단원 모두 국악과 교수로 구성된 것이 특징으로, 옛 음악에 내재되어 있는 음악적 미감을 오늘날의 새로운 가치로 창출해 적용하는 정신을 지킨다.
가즌악회는 “우리의 바른 음악이 큰 음악으로, 큰 음악이 나누고 즐기는 음악으로 이어져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인간으로서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한다”며 “이번 공연은 국악 명인들의 절제되고 아름다운 연주를 통해 멋을 느끼고 다양한 곡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로 ‘산조’를 선보인다”고 했다.

이날 연주되는 산조는 4개 악기로 연주되는 4바탕 산조다.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거문고 조경성·고수 최윤정),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가야금 김선림·고수 천선우), 김영철류 철현금 산조(철현금 류경화·고수 정초롱)에 이어 해금 노은아, 비올라 김남중, 고수 최영진의 ‘지영희류 해금산조’가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김남중과 노은아 교수가 병주할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섬세하고 굴곡이 많으며 본청 이동과 조의 변화가 많은 곡이다. 다른 유파의 산조에 비해 경기 시나위의 선율적 특성이 풍부하며 경쾌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김남중은 “하면 할수록 국악의 깊이를 알게 돼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번 연주를 계기로 향후 산조를 녹음해보고 싶다”며 “클래식과 국악으로 꾸민 독주회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한편 김남중은 최근 자신이 단원으로 몸담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비상임 이사로 위촉돼 클래식 음악계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김남중을 서울시향의 비상임 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