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리그 올스타에 선발된 양재민이 19일 오전 지바현 뉴 오타니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양재민은 B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전 메인 이벤트에 출전한 아시아쿼터 선수가 됐다. 지바(일본)|최용석 기자

B리그 올스타에 선발된 양재민이 19일 오전 지바현 뉴 오타니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양재민은 B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전 메인 이벤트에 출전한 아시아쿼터 선수가 됐다. 지바(일본)|최용석 기자


양재민(26·센다이 에이티나이너스)은 일본 프로농구 B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양재민은 19일 일본 지바현 라라 아레나 도쿄-베이에서 열린 ‘B리그 올스타 위크앤드 2025’ 올스타전 메인 경기에 B.화이트팀 선수로 참가했다. 아시아쿼터 선수가 B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양재민이 최초다. B리그에서만 5시즌을 뛴 그는 현지에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덕분에 팬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아 올스타전에 나설 수 있었다. 양재민은 올스타전 당일인 19일 오전에 올스타팀 숙소에서 한국 미디어와 별도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양재민은 “아시아 올스타에 꾸준히 선발됐고, 아시아 올스타 팀 주장도 해봤는데 메인 올스타에 뽑힌 것은 처음이다. 올스타가 공식 발표되기 3주전쯤 구단으로부터 B리그 사무국에서 올스타에 선발됐다는 공문이 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좋으면서도 반신반의 했다”며 웃었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아시아쿼터 선수가 나밖에 없다. 좀 위축되기도 했다”며 “아시아 올스타로 선발됐을 때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도 생각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B리그에서 뛰는 동안 주로 수비와 3점슛에 특화된 플레이를 했다. 현 소속팀 센다이에서도 마찬가지다. B리그는 외국인선수 2명이 동시 출전하고, 귀화선수 혹은 아시아쿼터 중 1명을 함께 기용하는 등 최대 외국인선수 3명이 나설 수 있는 리그다. 그렇다보니 장신 포워드들에겐 수비가 더 강조된다.

양재민은 “팀과 리그의 상황에 맞춰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 B리그에서 뛴 초반 3년간 그 역할에 아쉬움도 컸지만 이제 많아 받아들였고, 익숙해졌다”고 했다. 그는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센다이로 이적한 뒤 이전 소속팀이었던 우쓰노미야 브렉스에서 뛸 때보다 출전시간이 늘었다.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평균 18분여를 뛰며 3.8점·4.3리바운드·0.7어시스트·0.6스틸·0.4블록을 기록 중이다.

그는 센다이 생활에도 만족한다. 북부 지역의 큰 도시에 생활하는 만큼 전혀 불편함이 없다. 언어문제도 크지 않다. 한국 직항 항공편도 있어 팀 훈련 없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자주 한국을 오가며 외로움을 달랜다. 이 또한 팀을 옮긴 뒤 많이 달라진 부분이다.

B리그에서 뛰었던 필리핀 국적의 칼 타마요(24·창원 LG)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KBL로 무대를 옮겼다. 그는 이번 시즌 LG에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리그 3라운드엔 최우수선수(MVP)상까지 받았다. 타마요의 소식을 잘 알고 있는 양재민은 “그도 일본에 아시아쿼터로 뛰었을 때는 주로 수비와 외곽슛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했고, 역할도 크지 않았다”며 “그가 KBL에서 뛰는 모습을 보니 좋더라. 리그 스타일의 차이가 확연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얘기했다.

그 또한 KBL 무대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더 발전하고 있는 리그에서 굳이 돌아올 이유가 없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실제로도 일본 B리그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리그의 규모도 확장 중이다. 또한 그가 KBL에서 뛰는 데 제도적 제약도 따른다. 그는 B리그에서 프로선수로 여러 해를 보냈지만 KBL에서 뛰려면 일반인 자격으로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KBL행을 결정하기가 쉽진 않다.

양재민은 “일본은 프리미어리그를 출범시키면서 해외에서 일정 기간 활약한 선수들이 B리그로 복귀하면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며 “KBL에는 아시아쿼터로 필리핀 선수들이 자유계약으로 들어오지 않나. 현재는 나밖에 없지만 앞으로 해외에서 유턴하는 경우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한 번 쯤 규정을 검토해주시면 좋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B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경기력면에서 KBL리그가 크게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리그 스타일의 격차가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자국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역할도 차이가 크다고 봤다. 다만, B리그가 외형적으로 꾸준히 성정하고 있고, 외국인선수 수준도 계속 발전하는 만큼 선수가 좀 더 경쟁력을 쌓기에는 좋은 무대인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일본이 2026년 프리미어리그를 출범시키면 리그 수준이 좀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양재민은 B리그 진출을 생각하는 선수들에게는 진지한 조언을 남겼다. 외형적인 부분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으나 팀 내, 코트 안에선 역할이 한정적일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또한 언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영어가 중요하다고 했다. B리그엔 외국인선수도 외국인 지도자도 많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일본어도 중요하지만 영어가 필수다.

양재민은 “어려움이 없진 않겠으나 많은 선수들이 B리그뿐 아니라 해외리그를 통해 여러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 발판삼아 발전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프로축구에선 이미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을 지지했다.

B리그 올스타에 선발된 양재민(가운데)이 17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B리그 자선행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사진제공|B리그

B리그 올스타에 선발된 양재민(가운데)이 17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B리그 자선행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사진제공|B리그




지바(일본)|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