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내야 교통정리 시작…새 역할 찾는 황재균 눈길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유격수도 생각하는 것 같고, 2루수도 좋긴 할 텐데 ….”

KT 위즈는 호주 질롱에 차린 2025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내야 교통정리를 진행 중이다. 현재 3루수는 확고하다. KT는 지난해 11월 허경민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주전 3루수를 교체했다. 두산 베어스 코치 시절부터 허경민과 인연이 깊은 이강철 KT 감독은 “가급적 (포지션을) 건드리지 않을 생각”이라며 “(허)경민이를 잘 알고 있다. 수비 범위와 공·수 양면에서 구상을 고려했을 때 (허경민을) 지금 가장 자신 있는 곳에 뛰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허경민이 3루를 차지함에 따라 기존 3루수 황재균에게 쏠리는 눈길이 많다. 황재균은 2020도쿄올림픽 당시 허경민과 함께 대표팀 3루를 책임졌다. 그러나 이제 한 팀에서 뛰는 만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에 황재균은 팀 사정까지 고려해 내야 전 포지션에서 경쟁을 다짐하고 있다. 이 감독은 “포지션을 정해주기 위해서는 포지션별 움직임을 모두 한 번씩 보는 게 우선”이라며 “아직 어느 포지션에 기용하는 게 좋을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황)재균이에게 ‘네가 하고 싶은 것 한번 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경쟁 포지션은 일부 정해졌다. 애초 황재균은 문상철, 오재일과 1루수를 놓고 경쟁할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1루수 경쟁은 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 2루수, 유격수 자리를 다투는 게 교통정리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두 곳에서 경쟁하기 위해 비시즌 몸만들기에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황재균이) 13㎏을 감량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외야 수비를 염두에 두는 것도 경기 출전을 위해선 유용할 수 있다.

이 감독은 “몇 년 지났지만,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유격수 수비를 보여주지 않았느냐. 선수(황재균)가 유격수 자리 또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체격이 많이 날렵해졌다. 2루수가 되는 것 역시 좋기는 할 듯하다”고 말했다.

멀티 포지션 역시 황재균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다. 황재균은 프로 데뷔 후 2루수를 제외하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자질은 충분하다. 더욱이 현재 유격수로는 김상수, 천성호, 장준원, 2루수로는 오윤석이 있다. 두 포지션을 다투는 동시에 허경민과 3루수 출전 비중을 나눠서 체력 안배를 돕는 것 또한 이상적 시나리오다.

이 감독은 “재균이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했더니 ‘내 포지션 잘 찾아서 가보겠다. 다 한번 해보겠다’고 하더라(웃음). (김태한) 수석코치와 캠프 기간 한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질롱(호주)｜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