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티병원 전경. 사진 ㅣ 나영조 기자

포항 시티병원 전경. 사진 ㅣ 나영조 기자




국과수 “반코마이신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추정”
병원 측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후 대응”
경북 포항의 한 병원에서 무릎관절 수술 후 치료를 받던 환자가 항생제 투여 중 갑작스럽게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 측은 의료진의 부주의에 따른 명백한 의료사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해 4월 5일 포항 시티병원에서 발생했다. 사망자의 남편 A씨는 “사고 당시 간호사들로부터 항생제를 투여한 후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퇴원을 앞두고 여행을 계획하던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망자는 이전에도 항생제 부작용으로 두드러기와 호흡곤란 증상을 겪은 이력이 있었다. 유족에 따르면, 수술 전날인 지난해 3월 6일 저녁, 항생제 부작용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발생하고 호흡곤란 증세까지 나타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7일 새벽 2시경 시티병원으로 돌아왔으며, 같은 날 오전 9시경 무릎 수술을 받았다.

A씨는 “병원이 환자의 부작용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관리했는지 의문”이라며 “사망 이후에도 병원 측은 유족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고 장례식 조문조차 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반코마이신 투여로 인한 아나필락시스로 추정됐다. 반코마이신은 빠른 투여 속도가 부작용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항생제다. 또한, 심폐
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한 늑골 골절도 확인됐다.

유족 측은 병원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포항 시티병원장과 담당 의사는 수차례 방문에도 진료를 핑계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병원 관계자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을 받은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한편, 지난해 대법원은 의료사고 소송에서 환자 측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판결에 따르면, 환자가 진료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만 입증해도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도 의료 과실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