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라 변호사. 사진제공|김세라 변호사 사무실
이후 하늘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정치권과 교육부까지 앞다투어 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여당에서 낸 발의안은 교원 임용 전후를 망라해 정신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관련 증상이 발견되면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야당에서 추진하는 발의안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휴직 및 복직할 때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별도의 면담 및 평가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라고 한다. 교육부는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방안도 내놓았다는데 안그래도 교권침해 이슈가 큰 요즘 교사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어쨌든 하늘이법 발의안들의 핵심 내용은 중대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을 가려내서 직무에서 강제 배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하늘이법’들의 내용을 보면 하늘이 사건의 본질을 잊은 것은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보자. 하늘이 사건에서 첫번째 원인은 돌봄교실 운영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돌봄교실 운영상 돌봄학생은 반드시 돌봄교실 종료 후 그 보호자 또는 대리인에게 인계돼야 하는데 그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돌봄교실 교사는 1학년에 불과한 하늘이를 그 부모의 위임을 받았다 볼 수 있는 미술학원 차량기사에게 직접 인계했어야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난 2월 10일 하늘이는 돌봄교실이 끝난 늦은 오후 홀로 교실에 남아 있었고, 가해교사의 눈에 띄어 범행이 이루어진 시청각실까지 유인됐다. 돌봄교실 학생, 특히 하늘이 같은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보호자 등 대면 인계 조치가 철저히 지켜졌더라면 하늘이는 평소와 다름 없이 미술학원 차를 탔을 것이다.
또한 가해 교사의 정신질환은 밝혀내지 못해 문제였던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아주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우울증을 이유로 이미 8차례 이상 휴직과 복직을 반복한 사람이었고, 2024. 12. 복직하자마자 학교에서 동료 교사를 폭행하고 커터칼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보이는 등 폭력성을 여러번 드러내 학교에서 교육청에 그에 대한 휴직처리를 요청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교육청에서 그를 휴직시키지 못했다. 성인에 대해서 폭력성과 반사회적 인격장애성을 이미 충분히 드러낸 교사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어린 학생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학교에 버젓이 출근을 해 돌아다니는데도 이를 막을 수 없었던 시스템이 이번 사건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오고 있는 ‘하늘이법’들은 교사가 정신질환을 숨기지 못하도록 검사하고 밝혀내자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정신과 질환은 주로 진술을 통해 진단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교사들은 문제 교사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워 오히려 정신과적 문제를 숨기려 할 수도 있다. 가벼운 우울증조차 위험군으로 보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것은 또 다른 하늘이와 같은 희생자를 막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늘이를 잃고서야 우린 외양간을 고치려 하고 있다. 가슴 아프고 부끄럽지만 하늘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린 그 일을 해야 한다. 부서진 외양간을 고치는 것에 집중해도바쁜 이 시점에 외양간 옆의 부엌, 옆집의 지붕을 고치는 일 따위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등교부터 하교까지 철저히 안전할 수 있도록 돌봄교실 운영지침과 이에 대한 준수 강제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우울증이 아닌 폭력성과 반사회적 인격장애성 등이 드러난 학교 구성원에 대해서는 즉시 분리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에 씨씨티비도 촘촘히 설치되어야 한다. 학원차량기사가 하늘이가 차를 안탔다고 연락했을 때 학교에서 바로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하늘이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른인 우리 모두가 다시는 하늘이를 잃지 않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눈을 똑바로 떠야 할 것이다.
김세라 포항시 변호사
김세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