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8관왕 오른 김단비 “부담감은 이번 PO까지…통합우승에 영혼 갈아 넣겠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24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을 마친 뒤 8개의 트로피를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아산 우리은행 에이스 김단비(35)는 프로 데뷔 초부터 빼어난 운동능력과 개인기량을 발휘해왔다. 인천 신한은행 시절에는 팀의 전성기와 암흑기를 모두 경험했다. 그 뒤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진정한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첫 시즌인 2022~2023시즌 생애 처음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그는 2024~2025시즌에는 정규리그 MVP를 포함해 8관왕을 차지하며 W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정규리그 8관왕은 2023~2024시즌 청주 KB스타즈 박지수(현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대 최다관왕 타이기록이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김단비에게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박지수와 박혜진(부산 BNK) 같은 선수들이 왜 많이 힘들어했는지 이해하게 됐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밝힌 그는 “팀 전력이 약화되니 자존심만 늘었다. 꼴찌는 싫었다”며 “‘모든 경기에서 혼자 이끌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많았고, 강박도 갖게 됐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3월 2일부터 시작하는 4강 플레이오프(PO)를 포함해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번 ‘봄농구’에선 부담감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렵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만큼 다시 잡은 통합우승의 기회를 놓칠 순 없기 때문이다.

김단비는 “부담은 이번 시즌 끝까지 가지고 가려고 한다. PO와 챔프전에 영혼을 갈아 넣어 죽으라 열심히 뛰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농구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정규리그에서 동료들이 잘해줬다. PO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했으니 강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PO를 해보자’고 동료들에게 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금 더 멀리까지도 내다본다. 최근 3시즌 동안 2번의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지만,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베테랑이 되고자 한다. 김단비는 “앞으로는 부담과 압박감을 안 갖고 싶다”며 “대신 다른 선수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려고 한다. 그게 나의 새로운 목표다. 이를 통해 압박감은 내려놓으려고 한다”며 특급 도우미로 변신할 것을 예고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