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전북도, 국제경쟁력 어필이 핵심…잼버리 실패 리스크 깨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왼쪽)이 2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년도 체육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대의원 투표 결과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된 전라북도 김관영 전북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전라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국내 후보지로 확정됐다.

전북은 2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 결과, 총 61표 중 49표를 얻어 서울(11표)을 제쳤다. 이로써 전북은 1988서울올림픽 이후 48년만의 국내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반면 2019년 부산을 제치고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도시로 선정된 뒤 남북 공동유치를 추진하다 호주 브리즈번에 밀렸던 서울은 또다시 고배를 들었다.

예상 밖 결과다. 애초 서울올림픽 개최 경험과 숙박, 교통 등 안정적 인프라 등을 앞세운 서울이 유력해 보였으나, 대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북은 ‘국가 균형 발전’과 ‘지방 도시 연대’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체육회 평가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와 투표 전 프레젠테이션(PT)에서도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를 집중 부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 전국 단위 체육 이벤트의 88%가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호주도 3차례 올림픽을 개최하며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 등 다른 도시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지역 연대’도 낯설지 않다. 최근 올림픽 개최 도시들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접 도시 연대를 통한 비용 절감을 강조해왔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도 설상 종목은 평창, 빙상종목은 강릉에서 펼쳐졌다. 내년 동계올림픽 역시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가 공동 개최한다.

전북 역시 지역 인프라와 국제대회 유치 경험을 고려한 종목별 분산 개최안을 제시했다. 육상은 대구(대구스타디움)에서 치르고, 충남 홍성(국제테니스장)과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체육관)도 일부 종목을 개최한다.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도 분산 개최지로 정했다.

물론 이제 출발선을 지났다.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인도 아마다바드, 튀르키예 이스탄불, 헝가리 부다페스트, 칠레 산티아고 등이 도전을 결정했다. 월드컵 등 주요 메이저 국제대회를 개최한 카타르 도하도 큰 관심을 보인다.

막대한 유치 비용 또한 걱정이다. 올림픽 사업비는 약 9조 원이 넘는다. 14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평창올림픽보다는 적지만, 어디까지나 예상 수치다. 기존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해도 올림픽 규격에 맞는 리모델링이 불가피하고, 신축도 필요하다. 선수촌과 숙박 시설 확충은 기본이다. 전북 지역에는 IOC 관계자들과 전 세계 VIP를 만족시킬 만한 특급호텔, 리조트가 몹시 부족하다.

게다가 전북에는 2년 전 새만금 세계잼버리 실패 트라우마가 있다. 해외에서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전북은 당시의 실패를 토대로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지만, 올림픽은 열망이 전부가 아니다.

IOC가 상시 협상 체제를 도입한 터라 추이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체육계에선 일단 올 9월 총회를 예상한다. 물론 IOC 미래유치위원회 심사부터 통과해야 한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은 단순 도시 이벤트가 아니다. 전북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