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변칙 배구’로 일군 13년 만의 챔프전 진출, 정관장의 도전은 ‘~ing’…흥국생명 나와!

정관장 선수들이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V리그 여자부 PO 3차전 원정경기 도중 득점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V리그 여자부 정관장이 13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에 올라 ‘배구여제’ 김연경의 흥국생명과 왕좌를 다투게 됐다.

정관장은 29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3차전 원정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2승1패로 챔프전에 올랐다. 정관장의 챔프전 진출은 통합우승에 성공한 2011~2012시즌 이후 13시즌만으로, 부상 투혼과 변칙 배구가 인상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시즌 막판 완전체 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포 부키리치는 왼쪽 발목 인대 파열, 주전 미들블로커(센터) 박은진은 왼쪽 발목 무상으로 잇달아 전열을 이탈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의 결단은 빨랐다. 봄배구 진출은 일찌감치 확정한 터라, 2위 경쟁은 포기한 채 플랜B 마련에 매달렸다. 특히 백업 자원인 전다빈, 이선우, 박혜민의 리듬을 끌어올렸다. 부키리치가 없는 상황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정규리그 6라운드 내내 치료와 재활에 집중한 부키리치와 박은진이 PO 1차전에 맞춰 거짓말처럼 돌아왔다. 볼 훈련은 많이 하지 못했으나, 비시즌부터 열심히 손발을 맞춰온 감각과 호흡은 그대로였다. 부상 여파로 많은 활동량을 기대할 순 없었어도 존재만으로도 현대건설에는 큰 부담이었다. 아시아쿼터 공격수 메가와 부키리치가 이루는 쌍포는 V리그 최강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관장의 부상 악몽은 계속됐다. PO 1차전 도중 베테랑 세터 염혜선의 오른쪽 무릎 통증이 재발했다. ‘코트의 사령관’이 빠진 2차전은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염혜선이 돌아온 3차전에선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2세트 도중 주전 리베로 노란이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최효서가 급히 교체로 출전했지만, 극도의 긴장감과 부담감으로 과호흡까지 올라와 다시 빼줘야 했다.

여기서 고 감독의 위기관리가 돋보였다. 평소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박혜민에게 리베로를 맡겼다. 본래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지만 리시브 감각이 좋은 편이라는 점에 주목했고, 이 변칙이 통했다. 박혜민의 수비는 현대건설을 당황하게 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어렵사리 PO를 통과한 정관장은 챔프전 진출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한 김연경이 가장 반짝반짝 빛날 무대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많이 지친 상태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B와 플랜C가 마련돼 있는 데다 PO에서도 거듭된 돌발 상황과 변수에 잘 대처했던 만큼 팀 전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고 감독은 “챔프전에서도 후회 없는 명승부를 펼치겠다”고 다짐했고, 염혜선은 “우리는 드라마처럼 ‘독한 악역’을 맡겠다”며 김연경과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정관장-흥국생명의 챔프 1차전은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