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로비‘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쇼박스

영화 ‘승부’·로비‘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쇼박스


이병헌과 하정우가 각각 주연한 영화 ‘승부’와 ‘로비’가 박스오피스 1, 2위를 양분하며 쌍끌이 흥행 중이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다루지 않았던 생소한 소재인 바둑과 골프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승부수’ 또한 기대 이상 관객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O‘승부’ 신의 한 수는?

지난달 26일 개봉 이달 5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인 ‘승부’는 1990년 바둑계를 뜨겁게 달궜던 조훈현 9단과 그의 애제자이자 ‘바둑 신동’인 이창호(유아인)의 대결을 담았다. 앞서 내기 바둑판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 ‘신의 한 수’ 등이 등장하긴 했지만, 바둑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상업 영화는 ‘승부’가 처음이다.

일반 관객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바둑을 다뤘음에도, 대국 자체가 아닌 대결 전후 격변하는 주인공 조훈현의 감정과 조훈현·이창호의 미묘한 관계성 등에 주목한 것은 물론, 이를 뛰어나게 표현한 배우들 연기력을 화면에 끌어 낸 연출이 ‘묘수’(妙手)가 돼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영화는 실관람객 평점 CGV 골든 에그 지수 97%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개봉 11일 만 누적관객 120만 명을 넘어섰다. ‘히트맨2’, ‘검은 수녀들’에 이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가운데선 3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승부’·로비‘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쇼박스

영화 ‘승부’·로비‘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쇼박스

O‘골앗못’도 즐기는 ‘로비’

‘승부’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비’는 연구 밖에 모르는 스타트업 대표가 4조원대 국책사업 입찰 성공을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에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물이다.

개봉 전 일부 관객은, 축구나 야구처럼 스포츠 영화 특유의 역동적 쾌감을 집중해 보여주기 엔 정적으로 보이는 골프를 소재로 했단 점에서 물음표를 그리기도 했지만 ‘회사 일’로서 팔자에도 없는 골프채 잡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펼치며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 ‘골알못’(골프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즐기는 골프 영화란 게 ‘킬링 포인트’가 된 셈이다.

영화의 주연이자 연출을 맡은 하정우 감독은 골프를 영화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골프장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봤다. 타 스포츠와 달리 인품이 녹아들더라. 채만 들면 성격변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 모습이 영화적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