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사가 2024 임단협을 타결했으나 노사 모두에게 아픈 상처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현대제철 포항공장 앞 정문에 설치된 노조 농성천막. 사진ㅣ김명득 기자

현대제철 노사가 2024 임단협을 타결했으나 노사 모두에게 아픈 상처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현대제철 포항공장 앞 정문에 설치된 노조 농성천막. 사진ㅣ김명득 기자




임단협 극적으로 타결됐으나 회사 안팎 난제 수두룩
1분기만 600억원대 적자 불가피…공장 정상화 시급

현대제철 노사가 7개월 동안 끌어 온 2024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극적으로 타결했으나 양측 모두에게 아픈 상처만 남겼다.

노사 양측이 일단 임단협을 매듭지은 것은 고무적이나 그동안 대립해 온 갈등의 앙금을 당장에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장 정상화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
해 과반이 넘는 찬성으로 가결됐다. 마지막 분수령이 됐던 포항, 인천, 당진(냉연) 3개 지회의 찬반투표는 55%로 가결됐다.

이에 앞서 당진(열연)지회는 지난 11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총투표율 98.96%에 찬성 57.86%(2375표), 반대 42.14%(1730표)로 과반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고, 순천 지회도58.4%(188명)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결국 이번 타결에는 막판 회사 측이 제시한 50만 원의 인상안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서 지난 10일 노사는 임금 ‘10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기본급 450%+1050만원 지급’을 잠정안에 합의했었다.

노사는 그동안 임금인상안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임단협 교섭은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며 7개월간 끌어왔다. 노조는 현대차(기본급 500%+18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기본급 450%+1000만원’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사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595억원으로 급감한 상태에서 노조 측의 제시안대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적자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는 2023년 영업이익이 7983억원인 상황에서 현재의 경영 상황 악화를 이유로 성과급을 축소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노조는 지난 1월 말부터 부분 파업을 단행했고, 사측은 당진 냉연 공장의 전처리 설비(PL/TCM)에 대한 부분 직장 폐쇄 조치로 맞대응했다. 창사 이래 첫 직장 폐쇄였다.

사측의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사 비상 경영 체제로 돌입하면서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사업 부문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았다. 인천 철근공장은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8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으나 사측이 교섭 재개를 요청하면서 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이후 노사는 사측 제시안에서 성과급 50만원을 늘린 ‘기본급 450%+성과급 1050만원’에 잠정 합의하면서 꽉 막혔던 실타래가 풀렸다.

노사간 갈등은 해소됐으나 현대제철 안팎에선 난제가 수두룩하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 25% 부과,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등 골치 아픈 난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1분기 실적도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증권가에선 6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637억원의 연결 영업손실을, 상상인증권은 619억원의 영업적자를 전망했다. BNK투자증권도 727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예상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1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관계자는 “하루빨리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공장을 정상화시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무엇보다 노사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포항ㅣ김명득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김명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