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이주태 사장(오른쪽)과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 한원석 부사장이 철강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업무 협약식(MOU)을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스코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이주태 사장(오른쪽)과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 한원석 부사장이 철강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업무 협약식(MOU)을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스코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손을 잡고 글로벌 철강 및 이차전지소재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공동 대응한다. 양사는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철강소재 현지화 및 공급망 안정화, 차세대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 개발 등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글로벌 경제 블록화와 통상환경 변화 속에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자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 특히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의 제철소 투자에 포스코그룹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미국·멕시코 중심의 북미 자동차 소재 공급 체계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 보호무역 장벽으로 인해 제한됐던 북미 철강시장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를 겨냥한 마케팅 거점을 마련하게 된다. 철강사업 자회사인 포스코는 이미 멕시코 ‘포스코 멕시코(Posco-Mexico)’ 자동차강판 공장을 비롯해 북미 전역에 가공센터를 운영하며 완성차 제조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날 체결식에는 현대차그룹 한석원 기획조정본부장(부사장)과 포스코홀딩스 이주태 미래전략본부장(사장)을 비롯한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양사 간의 전략적 신뢰 관계를 재확인했다.

●‘완결형 공급망’ 구축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원자재 공급을 넘어 양사 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완결형 공급망 구축에 있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에서부터 양극재와 음극재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과의 협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차전지소재 분야에서 양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국면인 ‘캐즘(Chasm)’ 이후를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고, 포스코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파트너와 함께 기술 개발과 수요 확보를 동시에 이룬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그룹의 핵심 경쟁력인 ‘기가스틸’은 고강도이면서도 경량화된 자동차 강판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팩 및 구동모터 하우징 등 다양한 미래차 부품에 적용된다. 여기에 포스코홀딩스는 남미와 호주 등지의 리튬 염호 및 니켈 광산 지분을 확보하고, 소재 가공부터 재활용까지 가능한 지속가능한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이주태 사장은 “양사의 협력은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전반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 줄 것”이라며 “전통 제조업의 강자들이 손을 맞잡고 미래차 시장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저감 철강-친환경 모빌리티’로 진화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지난 1973년부터 50년 이상 철강과 자동차 산업에서 ‘제조업 동반자’로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협약은 그 관계를 한 단계 진화시켜, 탈탄소 및 친환경 모빌리티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양사는 향후 탄소저감형 철강재 개발과 공급, 고효율 EV 소재 적용 등에서도 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의 글로벌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 최적화된 공급체계를 구축해 ‘메가트렌드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그룹 사업을 철강과 이차전지소재를 양축으로 한 ‘2 Core + New Engine’ 구조로 재편하고 있으며, 고수익 중심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이번 MOU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양사 간 논의를 바탕으로 성사된 결과로, 철강소재 현지화와 배터리소재 통합 운영 전략이 현실화되는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