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c) Kuenho Jung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c) Kuenho Jung



서울시향의 여름 무대가 더 뜨거워진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베토벤의 협주곡으로 깊은 울림을 전하고, 페루 출신 지휘자 미겔 하스베도야가 강렬한 리듬의 향연을 이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7월 4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서울시향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무대는 클래식과 라틴 리듬,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다채로운 구성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스베도야는 서울시향과의 첫 만남을, 임지영은 4년 만의 재회를 앞두고 있다.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임지영은 이후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며 클래식계의 중심에 섰다

공연의 시작은 지미 로페스의 ‘피에스타!’다. 스페인어로 ‘축제’를 뜻하는 이 곡은 하스베도야가 리마 필하모닉 협회 100주년을 기념해 위촉한 작품으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유럽 고전음악 기법과 아프로-페루, 라틴, 팝 음악의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반복되는 리듬과 긴장감 있는 전개, 복합적인 텍스처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임지영이 ‘바이올린 협주곡의 제왕’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화려한 기교보다 철학적인 깊이가 요구되는 고난도의 작품이다. 베토벤 특유의 박진감과 서정성, 고고한 품격이 공존하며 연주자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Miguel Harth-Bedoya  ©Michal Novak

Miguel Harth-Bedoya  ©Michal Novak

공연의 마지막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이 곡은 엘가가 자신의 지인들을 음악으로 묘사한 14개의 변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변주는 이니셜과 애칭으로 명명돼 있다. 그중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독립적인 작품처럼 자주 연주되며, 장엄하고 숭고한 분위기로 잘 알려져 있다. 엘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이 담긴 이 작품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이날의 공연은 문화와 정서,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는 예술의 교차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미 음악의 보존과 소개에 앞장서고 있는 지휘자 하스베도야, 아시아 클래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임지영, 그리고 서울시향의 세심한 기획이 만나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