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N이 공개한 CCTV 화면
‘공황장애 약 때문에 감각이 늦어졌다’는 말은 있었지만, 도로 위에서 벌어진 장면은 그 이상이었다. 개그맨 이경규가 약물 운전 혐의로 입건되기 전까지 연달아 벌어진 사고 정황이 CCTV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여론의 시선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MBN은 26일 이경규의 사고 당시를 담은 CCTV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영상 속에서 이경규는 8일 낮 12시쯤 서울 강남구 한 골목길에서 버스를 들이받고 차량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는 인도가 아닌 차도로 비틀거리며 걸었고, 이로 인해 뒤따르던 차량 두 대가 급히 중앙선을 넘어 그를 피해 지나갔다.
버스 운전자는 “본인 차를 어떻게 세운다고 하다가 감기약 때문에 감각이 늦어 제 차 뒤를 조금 쳤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경규는 이후 차량을 골목 모퉁이 너머로 옮겼고, 인근 병원 진료를 마친 뒤 돌아와서는 자신이 차를 주차한 곳이 아닌, 20m 떨어진 다른 주차장에 있는 타인의 차량을 타고 떠났다. 주차장 직원은 “고객님 오늘 저희한테 차 안 맡기셨다 했더니 ‘아, 제가 그런가요’라고 하시고 집에 가셨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기 전 이경규는 주유소 세차장에도 들렀다. 직원이 후진하라고 손짓했지만, 이경규는 오히려 앞으로 돌진해 벽을 들이받았다. 세차장을 빠져나온 뒤엔 신호등 없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좌회전까지 감행했다.
이후 차량 절도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이경규를 상대로 간이 시약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양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며 그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일지라도,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라면 약물 운전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이경규는 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공황장애 약을 먹고 몸이 아팠을 때는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그런 계통의 약을 복용할 땐 운전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되며 대중의 시선은 달라졌다. “영상 보니 만취 운전 수준”, “약 핑계 댈 일이 아니다”, “처음엔 이해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등 누리꾼의 반응도 싸늘해지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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