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 사진제공 ㅣ 대구시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 사진제공 ㅣ 대구시




근대 상업도시 대구의 역사적 단면 밝혀줄 소중한 기록물
대구광역시는 6월 30일 자로 대구근대역사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大邱 令市 火災 義捐碑)’를 대구광역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는 1899년(광무 3년) 대구 영시(令市)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돕기 위해 지역 사회가 한마음으로 의연금을 모아 복구에 나선 사실을 기록한 비석이다. 당시 화재로는 관아의 부속건물인 홍살문과 순검교번소(巡檢交番所), 주단속방(紬緞屬房) 등 상업시설 19곳을 포함해 다수의 민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의연비에는 경상감영(慶尙監營)과 대구군(大邱郡)이 중심이 되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복구 작업을 주도했으며, 한성은행소와 지역 내 여섯 개 상점이 이에 호응하여 자발적으로 의연금을 모아 재해민을 돕는 등 당시 지역사회의 공동체 정신과 행정적 대응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은 그동안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문화유산자료 지정으로 근대기 대구의 사회상과 상업 구조를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격변하는 대한제국기 상황 속에서 대구 지역이 어떻게 자생적 복구 체계를 갖추었는지, 또한 상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대구시는 이번 지정 배경에 대해 “근대사적으로 볼 때 19세기 말 대구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상업 중심 도시로 변모하고 있었다”며, “이번에 지정된 의연비는 그러한 대구의 변화를 생생히 보여주는 구체적 사료이자,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간 귀감으로 삼을 수 있는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비석은 대구근대역사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향후 교육 자료 및 역사 콘텐츠로의 활용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문화유산적 가치가 높은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를 대구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지정을 계기로 지역 내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연비가 대구근대역사관에 기증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대구시가 보유한 총 338건의 국가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번 유산자료 지정을 통해 시민과 방문객 모두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대구’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알리고자 다양한 문화유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구 ㅣ심현보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심현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