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원장

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원장


화장실만 보면 반가우신가요? 분명히 방금 다녀왔는데도 소변 줄기는 예전 같지 않고 나올 듯 말 듯, 남아 있는 것 같아 다시 가보게 되고. 혹시 밤에도 두세 번씩 화장실 불 켜러 가시나요?

다들 한두 번은 “에이,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넘기시지만 약 몇 달 드셔봐도 시원찮고, 결국엔 어느 날 갑자기 소변이 꽉 막혀서 응급실 가는 분도 많습니다.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이 비대해짐에 따라 요도를 압박하여 배뇨가 불편해지는 현상. 그냥 ‘나이탓’으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못 들은 척하다가는 밤잠 설치고, 외출이 두려워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불편하다면 원인부터 딱 잡고, 제대로 치료해 두셔야 합니다.

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에서 주목받는 방법이 바로 수증기 치료, ‘리줌(Rezūm)’입니다. 리줌은 103℃의 고온 수증기를 전립선 조직에 9초 정도 주입해 문제 부위만 선택적으로 괴사시키고 줄이는 최소침습 치료입니다. 말이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단순합니다.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누르고 있으니 필요한 부분만 조심스럽게 줄여 요도 통로를 넓히는 것이죠. 절개도, 큰 출혈도 없습니다. 시술 시간은 10~15분 정도로 짧고, 국소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에게도 부담이 적습니다.

특히 리줌 시술은 기존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큰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일반적인 전립선 절제술은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동반될 수 있고, 시술 후 입원과 회복 기간이 필요하지만 리줌은 출혈과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상 복귀도 빠릅니다. 약을 오래 복용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부작용 때문에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도 리줌은 좋은 대안이 됩니다. 약은 복용을 멈추면 증상이 다시 돌아오지만 리줌은 직접 조직을 줄여 구조적으로 해결하므로 유지 효과가 더 길고 재발 위험도 낮습니다.

이때 좋은 질문을 환자분들께 받기도 하는데요. “괴사한 조직은 어디로 가는가?” 하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수증기로 열을 받은 조직은 스스로 괴사하고, 그 자리의 세포는 몸 안의 면역세포와 자연적인 배출 작용에 의해 서서히 흡수되거나 소변과 함께 배출됩니다. 그래서 시술 직후 바로 ‘빈자리’가 크게 생기지 않고, 몇 주에 걸쳐 점차 전립선 부피가 줄어들며 요도가 넓어집니다. 이 과정을 ‘조직의 자연 제거(Necrotic tissue resorption)’라고 부릅니다. 물론 억지로 제거하지 않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부드럽게 회복이 되는 이유로 회복 기간이 타 절제술에 비해 길다는 평이 있지만, 그 이유가 리줌이 안전하게 회복할 수 있는 반증이 될 수 있죠.

또 하나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이 “고온의 수증기를 넣는다는데 왜 주변 조직에 영향이 없는 것인가?”입니다. 전립선에는 사정을 담당하는 정관이 지나가는 부분, 사정관, 그리고 방광의 소변이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광목이 있습니다. 리줌은 이 민감한 부위까지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대해져서 요도를 압박하는 ‘측엽’이나 ‘중앙엽’만 선택적으로 괴사시킵니다.

또한 리줌의 일회용 핸드피스 바늘 끝에 의해서 전립선의 피막을 조금만 뚫고 전립선 내부에 고온의 수증기가 주입되는데요. 이 전립선을 감싸고 있는 피막으로 인해 중요한 기능이 있는 조직들에게는 열전도가 최소화되는 것이죠. 의사의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숙련된 전문의는 시술 전에 초음파와 내시경으로 전립선 구조를 파악하고, 사정관과 방광목 부위는 열 손상이 가지 않도록 정확히 피해서 시술하기 때문에. 성기능이나 방광 조임근은 거의 손상되지 않고, 사정 능력에 영향을 줄 확률이 낮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괴사한 조직은 몸이 알아서 ‘청소’하고, 정관과 방광목 같은 중요한 구조물은 피해 가는 ‘맞춤형 치료’라 보시면 됩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의 일부이지만 삶의 질을 갉아 먹는 고질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밤 몇 번씩 깨서 화장실에 다녀오고, 외출할 때마다 화장실부터 찾는 생활을 벗어나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절개도 입원도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수증기 치료 리줌은 빠르고 안전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