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지난 15일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ㅣ고성철 기자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지난 15일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ㅣ고성철 기자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지난 15일 취임 3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후반기 비전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도시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실행 전략으로 ‘의정부의 심장’이자 구도심인 흥선권역 재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의정부는 흥선권역에서 시작된다”며 “정체된 도심 구조를 개선하고 중심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프로젝트 3대 전략·10대 과제 중 하나로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을 꼽았다.

그러나 김 시장이 비전으로 내세운 ‘흥선리스타트 프로젝트’는 새로운 비전이라기보다 현재 추진 중인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의 이름만 바뀐 ‘재탕 프로젝트’라는 의견이 많다.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이미 김 시장이 취임 2주년 때 밝힌 바 있다. 결국 ‘흥선리스타트 프로젝트’는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과 대동소이하다는 말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의정부역 일대 30만㎡에 60층과 24층짜리 건물 2개 동, 복합환승센터, 공원 등을 건립해 ‘비즈니스 콤플렉스’(UBC·Uijeongbu Business Complex)를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비가 1조3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취임 2주년 핵심 프로젝트였다.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은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의회 의원들의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6월9일 이계옥 의원은 “논란 많은 UBC(의정부역세권 개발) 사업을 고집하지 말고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의회가 2번이나 부결시킨 불확실한 사업”을 이유로 들며 “혈세 낭비”라고 주장했다. 조세일 의원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의정부시가 거액이 들어가는 UBC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가세했다. 지난 3월 김지호 의원은 “UBC 사업이 뜬구름 잡기식 사업”이라며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시장을 취임 3주년 ‘카드’로 의정부역세권 개발사업과 닮은꼴인 ‘흥선리스타트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벌써 의회에서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또 그 사업이냐”며 시큰둥하다. 일부에서는 “취임 회견 때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세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불확실한 보여주기식 정책보다는 기존의 정책을 더 내실 있게 마무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의 의정부 발전을 위한 열정과 노고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지지를 보낸다. 김 시장의 정책이 뿌리를 내리려면 의회와 시민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힘들다. 정책을 추진하는 또 다른 바퀴인 ‘의원’들의 의견에 귀를 열고, 시민의 행복을 위한 ‘10년 대계’를 세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땅에 뿌리를 두지 않는 ‘애드벌룬식 정책’이라면 실패할 것이 불 보듯 하다.

김 시장이 이번에 띄워 올린 ‘흥선리스타트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반대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 시장의 정책 방향이 옳다면 다른 쪽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등 매끄럽지 못한 운영은 ‘흥선리스타트 프로젝트’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의정부ㅣ고성철 스포츠동아 기자 localkb@donga.com 


고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