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특유의 씩씩함을 유지하고 있는 장하나. 그는 “잔여 시즌에는 매 대회 컷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했다. 사진제공 | KLPGA

최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특유의 씩씩함을 유지하고 있는 장하나. 그는 “잔여 시즌에는 매 대회 컷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했다. 사진제공 | KLPGA


14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컷 통과를 하지 못했다. 당연히 시즌 상금은 0원. 단 하루도 언더파를 치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 4개 대회 8개 라운드에선 모두 70대 타수를 쳤다. ‘8자’를 그리지 않았다. 이븐파(72타)를 한 번, 73타를 두 번 기록했다. 조금씩 옛 모습을 찾아가는 느낌. 그래서 다시 희망을 얘기한다.

장하나(33·3H)가 재도약을 위해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있다. 2025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짧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장하나는 21일 전화통화에서 “10개 대회를 치를 때까진 이제 그만둬야 되나 싶었는데, 마지막 4개 대회에서 감을 많이 찾은 것 같다”며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장하나는 2021년 9월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통산 15승을 수확한 뒤 이듬해부터 발목 통증과 스윙 메커니즘 붕괴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2년 26개 대회에 나서 9번 컷 통과에 그쳤고, 2023년에는 28개 대회에 출전해 고작 2개 대회서 상금을 획득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초반 4개 대회를 마친 뒤 더 심해진 발목 부상 탓에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병가를 내고 재활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맞이한 2025시즌. 여전히 쉽지 않았다. ‘입스’(실패에 대한 두려움 탓에 발생하는 스윙 불안 증세)는 계속됐다. 장하나는 “지난해 거의 통째로 한해를 쉬웠기 때문에 시즌 초반 부진은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예상보다 더 힘들었다.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은 뒤 “하지만 마지막 4개 대회에선 ‘줄버디’가 나올 정도로 경기력도 좋아졌고, 스코어를 떠나 기본적인 경기 운영 방식 등이 좀 잡혀가는 것 같았다.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다”고 설명했다.

“대회 때 드라이버 치는 걸 보면 동료 선수들이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잘 치네’, 이런 말을 많이 해준다. 아이언 샷과 퍼트는 이제 거의 다 제 모습을 찾은 것 같다”면서도 “드라이버 트라우마가 있어 아직 조금 힘들긴 하다”고 곁들였다.

최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특유의 씩씩함을 유지하고 있는 장하나. 그는 “잔여 시즌에는 매 대회 컷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했다. 사진제공 | KLPGA

최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특유의 씩씩함을 유지하고 있는 장하나. 그는 “잔여 시즌에는 매 대회 컷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며 “지켜봐달라”고 했다. 사진제공 | KLPGA

올해로 정규 투어 시드가 끝나는 장하나는 잔여 시즌 성적에 따라 내년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은퇴는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시드) 걱정은 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줄버디가 나온다는 것 그 자체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언젠가 갑자기, 내가 그동안 왜 이렇게 안 맞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더라. 내게도 그런 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이달 31일 시작하는 상반기 마지막 대회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 다시 출발선에 선다. “며칠 전에 오로라CC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는데 내가 너무 공을 잘 ‘까더라’. 조금만 더 하면 이제 진짜 ‘어, 내가 그동안 왜 공을 그렇게 쳤었지’라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잔여 시즌 바람을 묻자, “빠른 시일 안에 좋은 스코어가 나올 것 같다. 매 경기 컷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며 “후회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목소리에는 변함없이 ‘장하나다운’ 힘이 느껴졌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