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는 20일 미국 텍사스 댈러스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글로벌 전략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반크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제43회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 공식 참가했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양 기관은 업무협약(MOU) 체결에 앞서 한류 융성 시대 속 재외동포 정체성 교육의 새로운 도약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는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한류를 기반으로 한국학교에 재학 중인 재외동포 차세대들과 교사들이 한민족의 뿌리와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와 공공외교를 실현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100여 년 전 안중근 의사가 제시한 ‘동양평화론’의 정신을 오늘날 ‘세계평화론’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공동 비전이 공유되었으며, 한류를 단순한 문화 확산이 아닌 지속 가능한 공존과 협력의 메시지로 재정의하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반크와 NAKS는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재외동포 차세대들이 단순한 문화의 수용자를 넘어 세계시민 사회의 평화와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양 기관은 미국 내 한인 청소년들이 역사적 자긍심, 국제적 감수성, 그리고 글로벌 책임의식을 갖춘 21세기 한류 홍보대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동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홍보대사 교육 과정을 체계화하고, 각 지역 한국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한류와 한국의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세미나에서는 AI 시대에 더욱 교묘하고 정교해진 역사 및 문화 왜곡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반크는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교과서를 분석하며 발견된 한국 관련 오류 유형을 토대로 재외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 중심의 교육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오류 분야는 ▲중국 소개 지도에 한국을 중국 영토로 포함한 영토 왜곡 ▲ 세계 최초 금속활자를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것으로 소개하며, 직지가 지닌 역사적 우위를 배제하는 문화유산 왜곡 ▲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 ▲독도에 대한 잘못된 표기와 서술 등이 대표적이다.

반크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이 같은 오류를 직접 탐색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수업 모델을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교과서, 박물관, 관광 안내문 등에서 발견되는 오류 사례를 수집·제보·시정하는 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도 개설되며, 매달 지역 단위로 오류 시정 캠페인을 전개하고 연말에는 수집된 사례를 정리해 국회와 정부 부처에 공식 전달할 계획이다.

양 기관은 나아가 외국 기관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부처가 제작·배포하는 재외동포 대상 콘텐츠의 품질 역시 재외동포 스스로가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크의 국가정책소통플랫폼 ‘열림’을 통해 재외동포가 직접 정부의 콘텐츠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가장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한 부처나 기관에 대해 NAKS–반크 공동명의로 연말 시상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는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거버넌스 모델로서 의미를 갖는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대한민국 재외동포기본법에는 ‘한국학교’에 대한 명시적 조항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반크는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을 통해 재외동포기본법에 한국학교 지원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는 전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발성과 지속성을 갖춘 살아 있는 교육 공동체”라며, “모국어와 문화 교육은 단순히 정체성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한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인의 글로벌 존재감을 실현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단장은 “750만 재외동포와 2억 한류 팬들은 더 이상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지구촌의 공존을 설계하는 잠재적 외교 파트너이자, 글로벌 대한민국 비전을 함께 실현할 전략적 동반자”라며, “반크는 NAKS와 함께 한인 청소년과 교사들을 21세기 한류 홍보대사로 양성하고, 이들과 함께 한국의 역사·문화·가치를 세계에 올바르게 전하며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권예순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총회장 역시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조국의 독립을 되찾았던 그날의 감격과 정신은 오늘날 한국학교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맞닿아 있다”며, “반크와 NAKS는 모두 역사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지켜내는 동시에 세계 무대에서 주체적이고 당당한 한국인의 모습을 구현한다는 공통된 사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같은 공동의 사명을 바탕으로 두 기관은 100여 년 전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을 계승하여 교사와 학생 모두가 21세기 한류 홍보대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소영 반크 연구원은 “세미나에서 강조된 것처럼 한국인과 미국인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차세대 재외동포들이 한류의 문화적 영향력을 ‘지속 가능한 평화와 협력’이라는 메시지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현지에서 체감하는 경험과 통찰이 반드시 국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00여 년 전, 전 세계에 흩어진 재외동포들이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꿨듯 오늘날의 재외동포 역시 한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갈 소중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또한 권 연구원은 “반크는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과 국가정책소통플랫폼 ‘열림’을 통해 이러한 연결고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해 나가고자 하며, 미주 한국학교 교육 현장과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 현장을 긴밀하게 연결해 750만 재외동포를 하나로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이번 세미나는 100여년간 이어져 온 재외동포의 정체성과 역사적 연속성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롭게 재정의하고 차세대가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를 바탕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두 기관이 힘을 모은 자리”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전 세계로 확산한 한류의 힘은 단순히 K-콘텐츠 소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뿌리에는 미주 한국학교를 비롯해 오랜 시간 정체성과 문화를 가르쳐 온 한인 교사들, 모국어와 한국의 역사·문화를 배우며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워 온 재외동포 학생들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세미나는 이분들을 한류의 진정한 시작점이자 그 지속 가능성을 이끄는 주체로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라며, “우리에게 21세기 한류 홍보대사는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였던 이대위, 장인환, 전명운 선생 등 선열들의 정신을 계승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타인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교사와 학생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글로벌 전략 세미나는 재외동포를 단순히 정체성을 지켜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 80억 인류와 평화를 함께 설계해 나갈 글로벌 공공외교의 실천 주체이자 민족적 비전의 동반자로 재외동포의 위상을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크와 NAKS의 연대는 한민족이 걸어온 독립의 역사를 평화로 계승하고, 한류의 흐름을 세계시민 연대로 확장하는 역사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