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꾸준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 한줄 요약 : 울릉도는 외딴 섬이지만, 서비스까지 외딴 섬이어선 안 된다.
울릉도의 비계 삼겹살 한 점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논란의 중심엔 고기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대응 태도와 오래된 관행이 있었다.
섬이라는 지리적 고립성과 반복되는 성수기 장사의 허들이 오히려 관광객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을까. 울릉도의 ‘배째라 영업’, 과연 이번엔 바뀔 수 있을까.

여행 유튜버 ‘꾸준’은 지난 19일, ‘울릉도는 원래 이런 곳인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울릉도 고깃집에서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한 뒤, 절반 이상이 비계인 고기 두 점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 가격은 1인분 120g에 1만5000원. 유튜버가 “기름을 일부러 이렇게 반씩 주시는 거냐”고 묻자, 식당 관계자는 “저희는 육지 고기처럼 각 안 잡고 퉁퉁 썰어드린다. 구워 드시면 맛있다”고 답했다.

해당 장면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110만회를 넘겼고, 사흘 뒤엔 200만회를 돌파했다. 7월 27일 현재 274만회에 이른다. 논란이 커지자 식당 측은 “사장이 병원에 간 사이 직원이 찌개용 앞다릿살을 잘못 제공한 것 같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 울릉도 사장님은 왜 이렇게 당당할까
울릉도는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이 찾는 인기 관광지다. 하지만 외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야만 도달할 수 있는 지리적 고립성, 섬 내 음식점 수의 한계(공식 등록 약 300곳), 그리고 숙련된 인력 부족은 업주과 고객 간 역전된 불편을 만들어왔다. 경쟁 없는 시장, 예약조차 힘든 성수기, 일회성 손님이라는 조건은 때때로 서비스 불친절을 정당화하는 기반이 됐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울릉도 여행과 관련해 불편을 호소한 사례를 보면 식당 측의 응대는 이 같은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울릉도에선 원래 이렇게 한다”는 말 뒤엔, ‘싫으면 먹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읽힌다. 불편함을 제기하는 손님에게 ‘그게 우리 방식’이라고 응수하는 순간, 그 식당은 더 이상 환대의 공간이 아니게 된다.

관광객은 여행지에서 단지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태도와 문화까지 경험하고 소비하게 된다. 단 한 끼의 식사가 좋은 기억이 되기도 하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겠다는 결심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비계 삼겹살’ 사건이 전국적 이슈로 확산된 배경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 바뀔 수 있을까, 바꾸려는가
울릉군은 논란 직후 A음식점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을 근거로 7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는 울릉도에서 음식점에 대해 내려진 첫 공식 행정처분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22일 홈페이지 입장문과 23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연이어 사과하며, 위생 점검 확대와 관광 서비스 개편을 약속했다.

군은 ‘에메랄드 캠페인’이라는 이름의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민간 관광서비스업 협의체 구성, 가격·위생·친절도 관리 기준 표준화, 우수 업소 인센티브 지급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회성 처분이나 캠페인만으로 구조가 바뀌진 않는다.

울릉도에 진짜 필요한 건 외지 손님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일 것이다. 섬은 외진 곳이지만, 서비스마저 외로워선 안 된다. 관광객을 ‘참고 먹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다시 오는 손님’으로 만들기 위한 전환이 필요하다. 행정의 노력은 시작됐다. 이제는 업주, 주민, 지역 사회 전체의 몫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