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미, 영어 못하는 영어학원 원장이 된 사연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 화면캡처

정경미가 교실로 들어갔다. 개그우먼에서 영어 뮤지컬 학원 원장으로, 인생 2막이 시작됐다.

7월 30일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는 정경미가 출연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자신의 학원을 공개했다. 익숙한 방송 조명 대신, 형형색색 포스터가 붙은 교실과 아이들 목소리가 가득한 공간. ‘정경미’와 ‘영어 뮤지컬’이란 단어 조합이 처음엔 낯설지만, 영상을 보다 보면 묘하게 어울린다.

정경미는 “좀 누추하지만 제 새로운 사업장”이라며 장영란을 안내했다. 그리고는 “정말 나랑 안 어울리는 영어 뮤지컬 학원이에요. 제가 원장이 됐어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진짜 궁금한 포인트. 정경미, 영어 잘하나? “전 영어 못해요. 저는 경영을 해요.” 깔끔한 해명(?)이 이어졌다. 학원 수업은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맡고, 정경미는 운영과 기획을 책임진다.

그가 이 학원을 연 이유는 단순한 창업 아이템 때문이 아니었다. “요즘 아이들 중엔 자기소개도 잘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니까 자연스럽게 표현력과 자신감이 생기죠.”
그러면서 “여기에 영어를 접목하면 부모님들한테 확 와닿는 포인트가 생겨요. 교육적으로도 좋고요”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표현력 + 영어’라는 환상의 조합. 이걸 눈치채고 과감히 학원 창업 버튼을 눌렀다.

정경미는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이 결국 여기로 연결된 거 아닌가 싶어요”라며 “방송할 땐 늘 긴장 속에 있었는데, 여기 오면 그런 게 없어요. 아이들 보면서 힘이 나고, 어떤 작품을 만들까 고민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오는 게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상 속 학원은 꽤 넓고 깔끔했다.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벽에는 현재 수업 중인 뮤지컬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장영란은 “너무 크다, 뷰도 좋고 성공했네!”라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학원 오픈 후 찾아온 소소한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SNS에 학원 오픈 소식 올렸는데, 바라는 거 없었거든요. 근데 심진화 씨는 직접 찾아오고, 향기 언니는 큰 화분을 보내줬어요. 그런데 장영란 씨는 아무 말이 없더라~”라며 짓궂은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정경미는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했다. 2013년 동료 개그맨 윤형빈과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2021년 채널A ‘행복한 동행, 오! 마이 라이프’ 이후 방송 활동은 쉬고 있다.

지금은 방송국과 무대 대신 교실에서, 시청자와 관객 대신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만든다. 개그우먼의 웃음은 잠시 내려놨지만, 아이들과 함께 웃는 정경미는 여전히 화면 속처럼 빛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