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어디에?” 美 달라스 미술관·서점 ‘일본해’ 단독표기…반크 시정 착수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최근 미국 텍사스 달라스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를 통해 주요 미술관과 대형 서점에서 한국 관련 정보가 빠지거나 왜곡된 사례를 다수 확인하고 이에 대한 시정 요청 활동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반크는 제43회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참석차 달라스를 방문한 일정 중 미국 내 10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달라스 미술관(Dallas Museum of Art)과 아시아 전문 미술관인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Crow Museum of Asian Art)을 직접 방문해 한국 관련 전시 실태를 점검했다. 

조사 결과 두 미술관 모두 아시아 전시 공간 내에 한국 관련 전시는 없었으며, 일부 전시물에서는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한 오류도 발견됐다. 특히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의 경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아시아 예술과 문화를 조명하는 아시아 전문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일본 중심의 전시에 비해 한국 관련 콘텐츠는 사실상 배제된 수준이었다.

또한 반크는 달라스 시내 대형 서점인 Barnes & Noble을 방문해 세계사, 아시아사, 지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 30여 권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도서에서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하거나, 독도를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표기한 오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Dorling Kindersley 출판사의 ‘Big History’, Fodor‘s Travel의 ‘Fodor’s Essential Japan’, Lonely Planet의 ‘Lonely Planet Japan’ 등 세계적으로 널리 유통되는 주요 출판물에서 모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으로 단독 표기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Basic Books의 ‘China: A History’에서는 한나라의 영토가 한반도까지 침범한 것으로 잘못 표시돼 있었으며, Dorling Kindersley의 ‘Battles Map by Map’에서는 한나라 소개 부분에 한국의 고조선, 고구려 영토 전체를 한나라 영토로 왜곡하고 있으며 청나라의 영토가 한반도 전역까지 확장된 것으로 잘못 표시된 지도가 수록되어 있었다.

반크는 이와 같은 오류가 한국의 역사와 영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왜곡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고착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로 보고, 해당 도서 5권을 직접 구입해 이를 바탕으로 시정 요청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정작 세계인이 접하는 주요 문화기관과 출판물에서는 한국 관련 정보가 왜곡되거나 빠진 채 소개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오류가 청소년 교육 콘텐츠나 문화 자료에 고착되기 전에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선제적 시정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번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달라스 지역의 한국 문화 교육기관과 주달라스 총영사관이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올바른 한국 역사 인식 확산에 보다 전략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반크는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박물관, 미술관, 교과서, 출판물 등을 조사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잡는 시정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오류와 왜곡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50만 재외동포들과 함께 현지 기관과 출판계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권소영 반크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한국 역사 정보의 왜곡과 배제는 달라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박물관, 미술관, 출판물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하며, “미국 내 한국 대사관, 총영사관, 교육원, 문화원 등 공공 외교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각 지역 문화기관과 도서 자료 속 한국 관련 오류를 체계적으로 시정하는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크는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을 통해 해외 파견 외교관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관할 공관 인근 박물관, 미술관, 서적 등에 존재하는 한국 관련 오류를 파악하고 시정하는 활동을 공무원 복무 지침에 명문화할 것을 공식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한국 역사와 지리에 대한 왜곡이 미술관, 박물관, 출판물을 통해 방치될 경우 그 내용이 인공지능 학습 자료로 활용되며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한국을 올바르게 알리는 과제는 미래 세대가 정확한 역사 인식을 갖도록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 전역의 한국학교 교사들과 한인 차세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주 한국학교 교사들은 현지 문화와 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문화적 교량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해외 홍보 콘텐츠의 현지 적합성과 효과성을 분석·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한류의 뿌리를 다지는 동시에, 한국 문화의 글로벌 확산 과정에서 현지화와 진정성의 균형을 찾아내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반크는 최근 ‘제43회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 참가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반크의 박기태 단장과 권소영·구승현 연구원은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학교 교사들이 ‘대한민국 한류 홍보대사’로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현장 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반크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한국학교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각국의 한국 대사관, 총영사관, 문화원, 교육원 등과도 유기적으로 연계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올바르게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