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타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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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정한 스웨그!”

눈을 씻고 다시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엉거주춤하게 흘러내린 바지 허리선 위로 감추고 싶은 속옷 밴드가 드러났다면, 잘못 본 게 아니다. 그게 ‘요즘 패션’이다.

해외 명품부터 길거리 패션까지 이른바 ‘새깅’(Sagging)이 점령했다. 새깅 패션은 바지를 허리 아래로 내려 로고 밴드나 이너웨어가 살짝 보이도록 연출하는 스타일을 일컫는다. 1990년대 미국 스트리트 문화에서 반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 패션은 최근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미국·유럽 투어와 해외 패션위크 현장에서 새깅 스타일을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헐렁한 데님 팬츠에 브리프 형태의 로고 속옷을 노출하거나 시스루 톱과 함께 과감하게 레이어드해 ‘트렌드 세터’다운 면모를 입증했다.

‘화룡점정’은 힙합 뮤지션 올데이프로젝트 멤버 타잔이다. 그는 각종 무대와 뮤직비디오 등 ‘방송용 의상’을 넘어 일상에서도 새깅 룩을 소화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과감한 새깅 스타일을 선보이며 “이것이 패션”이라고 말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에스파 멤버 카리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복서 쇼츠 스타일의 밴드가 살짝 드러나는 로우라이즈 팬츠로 세련된 새깅 룩을 완성했다.

과거 ‘X싼 바지’라 불린 새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노출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기존의 크롭톱이 상체 노출을 강조했다면, 새깅을 통해 하의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 여기에 ‘Y2K’ 열풍이 이어지면서 레트로 감각을 지닌 새깅은 세대의 미적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일부 패션 전문가들은 새깅 패션의 열풍을 개성 추구와 연결 짓는다.

스타일리스트 김지혜 씨는 “속옷 자체가 패션 액세서리로 확장된 결과”라면서 “새깅은 단순히 옷을 입는 방식을 넘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진화했다. 과거 저스틴 비버의 과감한 새깅이 논란이 됐다면, 지금은 절제된 연출로 대중성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