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이는 기름이 올라 고소함이 절정에 이르는 가을전어가 맛있다. ‘깨가 서 말’이라는 머리부터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이 국룰이다. 양형모 기자
여름에도 세꼬시로 즐기는 전어, 계절의 특별한 선물
숯불 위에서 춤추는 불향, 전어구이의 유혹
전어와 술, 계절 따라 달라지는 최고의 짝꿍
가을 별미를 넘어, 전어는 이제 생활의 문화로
포구의 바람은 아직 한여름의 뜨거움을 품고 있는데, 어판장의 전어는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은빛 비늘이 햇살에 부서져 반짝일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어라면 가을 아닌가?” 하지만 바다는 이미 다른 답을 갖고 있었다.숯불 위에서 춤추는 불향, 전어구이의 유혹
전어와 술, 계절 따라 달라지는 최고의 짝꿍
가을 별미를 넘어, 전어는 이제 생활의 문화로
가을 전어는 오래도록 별미의 대명사였다. 지방이 오르고 고소함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 그래서 ‘가을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젠 여름에도 전어는 고소하고 맛있는 살을 내어준다. 금어기가 풀린 7월 중순부터 남해 사천만을 시작으로 은빛 전어떼가 그물에 오르면 시장마다 여름 전어를 찾는 발길이 분주해진다.
6월부터 9월 사이에 잡히는 여름 전어의 맛은 계절의 이변이 아니라 바다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뼈가 여물지 않아 뼈째 썰어내는 뼈째회(세꼬시)로 제격인데,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 나온다. 얇게 저민 살을 된장 양념에 푹 찍어 입에 넣으면 기름진 맛이 흩어지며 바다의 냄새가 고스란히 혀에 전해진다. 추석이 지나 뼈가 억세지면 사라지는 이 특별한 식감은 여름 전어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혜다.
구이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전어가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는 바람을 타고 마을 어귀까지 날아간다. 은은한 불향이 전어의 기름과 섞이면 바다 냄새와 불맛이 어깨춤을 춘다. 그렇다고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남편 퇴근시간은 빨라질 것이다.

빼째회로 먹기에는 살과 뼈가 부드러운 여름전어가 좋다. 양형모 기자
● 전어와 술, 계절의 궁합
전어를 이야기하면서 술을 빼놓기는 어렵다. 여름 전어와 가을 전어가 맛으로 갈라지듯, 곁들이는 술도 마찬가지다.여름 전어회는 뼈가 부드럽고 풍미가 산뜻해 맑고 가벼운 술과 어울린다. 소주도 좋지만 청주나 사케와 최고의 궁합을 보여준다. 은은한 단맛이 전어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화이트 와인도 전어회와 좋은 짝이다. 소비뇽 블랑이나 알바리뇨처럼 상큼한 와인은 세꼬시의 고소함을 돋보이게 해준다.
가을 전어의 파트너는 달라진다. 이 시기 전어는 살에 기름이 두텁게 올라 구이로 먹어야 제격. 숯불 향과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맛을 받아주는 건 역시 소주다. 묵직한 지방을 단번에 씻어내며 깔끔한 끝맛을 남긴다. 약간 드라이한 막걸리 역시 가을 전어구이와 궁합이 좋다. 와인을 곁들인다면 오크 숙성을 살짝 거친 샤르도네 같은 화이트 와인이 적당할 것이다. 맥주는 홉향이 풍부한 페일 에일이나 묵직한 흑맥주가 전어 맛의 여운을 길게 만든다.

1980년대만 해도 남쪽 지역에선 덤으로 얹어주는 값싼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계절의 별미로 대접받고 있는 전어. 양형모 기자
전어철이 되면 전국 수산시장이 붐비고, 산지에서는 전어축제가 열린다. 전어회, 전어구이가 전부는 아니다. 축제나 식당에서는 전어탕, 전어전, 전어튀김을 내놓기도 하고, 젊은 세대는 전어덮밥과 전어김밥 같은 새로운 조리법으로도 즐긴다.
불판에 구워지는 전어를 바라보고 있으면, 계절은 달력 위의 숫자가 아니라 콧속을 직격하는 냄새로 다가온다. 작은 생선이지만 전어는 계절의 기억과 바다의 표정을 간직하고 있다. 여름의 해변을 스쳐 간 바람, 가을 저녁 어시장의 불빛, 술잔에 담긴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전어 한 접시에 담겨있다. 그래서 전어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제철 생선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건네는 계절의 언어를 입 안에서 되새기는 일인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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