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은 누가 내야하나 묻자 AI는 유재석을 ‘3번’ 불렀다. 연장자 순인지, 보유 재산 순인지 AI가 내린 판단 기준을 알 길 없었지만, 수차례 연호한 그 ‘단호함’에 대중은 열광했다.
OTT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AI를 ‘셀프 디스’의 소재로 삼은 전(前) 프로 기사 이세돌 또한 화제다. 그는 자신을 “AI에게 처음으로 패배한 인간”이라 했다.

인공 지능을 뜻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안방극장에 파고 들었다. MBC ‘놀면 뭐하니?’와 쿠팡플레이의 ‘직장인들2’가 그 예로, 비슷한 시기 AI를 주요 소재로 등장시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16일 방영된 ‘놀면 뭐하니?’에선 유재석과 하하, 주우재, 이이경 등 출연진이 AI 추천 코스로만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설정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이 여정에 단체 식사 또한 포함됐고, AI는 누가 계산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주저없이’ 유재석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날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직장인들2’에는 바둑계의 전설 이세돌이 나서 AI를 소환한 일종의 자학 개그를 펼쳤다. 그는 ‘AI에게 처음으로 패배한 인간’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AI 특강에 나서 폭소를 자아냈다. ‘AI로 기존 일자리가 파괴될 것’이란 이세돌 전 프로 기사의 강의 속 경고는, 한편으로 AI 알파고에 석패한 과거와 맞물려 ‘묘한 뒤 끝’의 뉘앙스로도 해석되기도 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AI가 이젠 방송 프로그램에 예기치못한 장치 나아가 ‘또다른 멤버’로 바짝 다가온 인상이다. 적어도 새로운 프로그램 포맷을 ‘창출’한 듯하다는 방송가 안팎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세돌의 경고에서 보듯 AI가 ‘출연자’로서 기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KBS는 19일 AI 방송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8대 원칙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출연자 ‘대체재’로서 AI가 활용되는 경우를 ‘가정’한듯 ‘초상 및 음성권 보호’를 강조한 점이었다. KBS는 또 AI로 생성된 모든 결과물이 ‘반드시’ 인간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도 이례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