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전기 세단 씰은 530마력 전기모터와 82.5kWh 배터리를 기반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8초 만에 도달한다. 사진제공|BYD 코리아

BYD 전기 세단 씰은 530마력 전기모터와 82.5kWh 배터리를 기반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8초 만에 도달한다. 사진제공|BYD 코리아


BYD가 출시한 전기 세단 ‘씰(SEAL)’은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설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1위를 기록한 브랜드이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막 얼굴을 드러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독일 세단의 문법이 엿보이는, 바다의 미학을 담아냈다는 디자인도 생경함을 더한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낯섦은 사라지고 새로운 긍정적인 감각이 자리 잡는다. ‘승차감’이다. 낮게 눌린 차체는 노면의 요철을 매끈하게 지우고, 정숙한 실내에는 고요한 안정감이 차분히 스며든다. 이는 전기차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주행 감각이다.

● 전기 세단의 놀라운 반전
씰은 전륜 더블위시본,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에 주파수 가변 댐핑(FSD)을 더해 노면의 미세한 요철을 세심하게 걸러낸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의 출렁임은 단단히 억제된다. 과속방지턱을 넘어설 때 충격은 매끄럽게 걸러지고, 장거리 주행에서도 몸의 피로가 눈에 띄게 덜하다. 소음, 진동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2200kg이 넘는 묵직한 차체지만, 주행감각은 오히려 포근하다. 전기차의 고요함과 맞물려 고급 세단 특유의 여유가 노면 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물론 이 부드러움은 언제나 장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속도를 높여 연속 코너에 진입하면, 차체의 무게가 분명히 느껴진다. 세밀하게 다듬은 댐핑이 잡아주지만, 아주 날카롭고 정제된 움직임은 아니다. 씰의 승차감은 일상적 주행에서는 가장 큰 무기지만, 고성능 스포츠 세단과 비교했을 때는 아직 간극이 있다.

BYD 씰은 낮고 길게 뻗은 차체 라인과 유려한 곡선으로 전기 세단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사진제공|BYD 코리아

BYD 씰은 낮고 길게 뻗은 차체 라인과 유려한 곡선으로 전기 세단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사진제공|BYD 코리아

●고요함에 숨은 역동성
씰의 파워트레인은 듀얼모터 AWD 구성이다. 전륜 160kW 유도 모터와 후륜 230kW 영구자석 모터가 결합돼 총출력 390kW, 530마력, 670N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제로백은 3.8초. 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식간에 몸이 뒤로 젖혀지고, iTAC(지능형 토크 제어)가 슬립을 최소화해 안정감을 확보한다. 고속 주행에서도 직진 안정성은 확실하다.

배터리는 82.56kWh 블레이드 배터리를 썼다. 국내 인증 복합 주행거리는 407km, 저온 환경에서도 371km를 기록한다. DC 1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해 20→80% 충전에 약 30분이 걸린다. 히트펌프 시스템은 -30°C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겨울철 효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V2L(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하는 기능) 기능은 갖췄다. 최대 3.3kW 전력 공급이 가능해, 캠핑과 야외 활동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또 하나의 기술적 장점은 CTB(Cell-to-Body) 구조다. 배터리와 차체를 일체화해 비틀림 강성을 40,500N·m/°까지 끌어올렸으며, 그 결과 차체는 고속 코너에서도 단단하게 버틴다. 이는 안전성 측면에서도 효과를 발휘해, 씰은 유로 NCAP과 호주 ANCAP에서 모두 별 다섯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BYD 씰은 대형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계기판을 적용해 직관성을 높였다.  운전자를 감싸는 시트와 간결한 레이아웃도 인상적이다. 사진제공|BYD 코리아

BYD 씰은 대형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계기판을 적용해 직관성을 높였다. 운전자를 감싸는 시트와 간결한 레이아웃도 인상적이다. 사진제공|BYD 코리아

● 완성도를 향한 과제
씰은 분명 주행 질감과 안전성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먼저 무게감이다. 공차중량 2205kg은 순간 가속 뒤 제동이나 연속 코너에서 쉽게 드러난다. 날렵하고 민첩한 반응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브레이크 회생제동은 두 단계만 제공돼 세밀한 조정이 어렵다. 도심 주행에서는 무난하지만, 다양한 운전 성향을 만족시키기에는 단조롭다. 넷째, 실내 감성 품질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나파 가죽 시트와 크리스탈 기어 레버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지만, 버튼의 촉감이나 일부 소재의 마감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씰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이 희미하지만, 승차감과 가속 성능은 빠르게 편견을 무너뜨린다. 동시에 차체의 무게와 세부 완성도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장단이 뚜렷하지만, 바로 그 대비가 바로 그 미완의 모습이 BYD가 한국 시장에서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을 예고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