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지오 홈페이지 캡쳐. 사진제공 ㅣ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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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계약자들 “약속 어겨”… 법적 대응 움직임
포항시 구룡포 일대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푸르지오 마린시티’가 분양 당시 내세웠던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두고 기존 계약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행사 ㈜대한토지신탁과 ㈜거목, 시공사 ㈜대우건설이 참여하는 이 단지는 총 678세대 규모로, 2025년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안심보장제는 “추후 분양 조건 변경 시 기존 계약자에게도 동일하게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분양 초기부터 신뢰를 높이는 장치로 홍보됐다. 실제로 이 제도를 믿고 계약한 수분양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월 분양사 측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잔금 2년 유예’와 ‘계약 축하금 500만 원 지급’ 등의 파격 조건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8월에는 조건을 다시 바꾸어 ‘잔금 1년 유예’, ‘축하금 500만 원’, ‘잔금 유예 미선택 시 7천만 원에 대한 1년간 이자 지급’ 등 추가 혜택을 제시했다.

새로운 조건이 발표되자 기존 계약자들은 당연히 안심보장제에 따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부 계약자는 분양 사무실에 직접 문의해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답변까지 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8월 9일 사전점검 현장에서 “기존 계약자는 혜택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가 내려지면서 불만이 폭발했다.

포항 구룡포푸르지오  마린시티 분양 광고물. 사진제공 ㅣ 독자

포항 구룡포푸르지오 마린시티 분양 광고물. 사진제공 ㅣ 독자


이 소식이 알려지자 기존 계약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하며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계약자는 “분양 당시 내걸었던 현수막과 문자메시지까지 다 증거로 갖고 있는데, 이제 와서 혜택 적용이 불가하다고 하는 것은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행위탁사 측은 “최근에서야 민원을 접했다”며 “분양 조건 변경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분양 대행사와 협의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약자들은 “시행사 모르게 분양사가 임의로 조건을 바꿨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포항시 공동주택담당은 “민원 제기는 알고 있지만, 잔금 유예나 축하금 지급은 일반적인 분양 조건으로 보긴 애매하다”며 “인허가 기관인 시청이 계약 관계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이 안심보장제의 법적 효력과 소급 적용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행사와 계약자 간 신뢰가 훼손되면 해당 단지뿐 아니라 지역 분양 시장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존 계약자들은 시행사와 분양사, 나아가 포항시까지 상대로 집단 민원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아파트 분양 갈등을 넘어, 분양 마케팅 과정에서 제시된 제도의 실효성과 책임 있는 이행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포항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