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배터리 3사, 세계 최초 국가 단위 EV 안전 연합 출범

 ‘배터리 안전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김동명 사장,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양희원 사장, 삼성SDI 대표이사 최주선 사장, SK온 대표이사 이석희 사장. 사진제공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이 전례 없는 협력을 통해 전기차 안전 기술 강화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기아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최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배터리 안전기술 협력 성과 발표 및 업무협약 체결식’을 열고, 지난 1년간 추진해온 협업 결과와 향후 과제를 공개했다.

이번 연합은 한 국가 내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3사가 모두 참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EV 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양희원 사장,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 삼성SDI 최주선 사장, SK온 이석희 사장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가 차원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 5대 협업 과제로 EV 안전 기술 고도화
현대차·기아와 배터리 3사는 지난해 8월 ‘배터리 안전확보 TFT’를 출범시키고 연구개발, 생산공정, 품질, 특허 등 전 부문에서 긴밀히 협력해왔다. 이들은 ▲안전 특허 ▲디지털 배터리 여권 ▲설계 품질 ▲제조 품질 ▲소방 기술 등 5대 핵심 과제를 선정해 성과를 공유했다.
안전 특허 분야에서는 각 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단락 방지 등 공유 특허를 도출했고, 앞으로도 신규 특허 리스트를 함께 관리할 예정이다. 디지털 배터리 여권은 유럽연합(EU) 규제에 대응하는 제도로, 생산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전 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안전 항목을 추가해 국제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설계 품질 협력은 배터리 셀 설계 단계에서부터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는 구조적 강건화를 목표로 했다. 제조 품질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지능형 관리 시스템 개발을 추진해 양산 셀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고 있다. 소방 기술은 국립소방연구원과 협력해 화재 감지·진압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실제 화재 대응 가이드 개정으로 이어졌다.

● 산업 표준 새롭게 정의하는 K-배터리 연합
협약식에서 4개사는 5대 과제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안전 신기술을 추가 개발하고 특허 지식재산권을 공유하며, 열전이 방지와 소방 기술을 고도화해 전기차 배터리 안전 표준을 정립하는 데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양희원 사장은 “기업 경영진의 의지와 연구진의 헌신, 정부의 지원이 합쳐져 가능했던 성과”라며 “앞으로도 배터리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국가 대항전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이번 협업은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산업 안전 기준과 기술 방향을 새롭게 정의하는 진보”라고 평가했으며, 이석희 SK온 사장은 “K-배터리 3사가 완성차와 함께 안전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