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첫 번째 전동화 PBV(Platform Beyond Vehicle) 모델인 PV5를 선보였다. 단순한 밴이나 상용차가 아니라,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하는 ‘움직이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시승에서는 패신저와 카고 두 가지 모델을 번갈아 몰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패신저는 의외의 승차감으로, 카고는 기대 이상의 연비와 기동성으로 각기 다른 가치를 증명했다.

● 패신, 승차감의 새로운 발견
 처음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공간감은 카니발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창문은 벨트라인까지 낮고 시트 포지션은 더 높아, 전방과 좌우로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이런 쾌적함은 카고 모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격벽으로 막혀있지만, 실내는 기대 이상으로 넓고 여유롭다.
승차감도 인상적이다. 카고 모델과 패신저 모델의 승차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연히 패신저 모델이 한 수 위다.
도심의 요철 구간을 넘을 때 후륜 토션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빠르게 흡수되는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상용 전기밴은 화물 적재를 전제로 세팅되어 공차 상태에서는 통통 튀는 승차감을 보이지만, PV5 패신저는 차체 하부 배터리로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기아 PV4 카고 모델 인테리어.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아 PV4 카고 모델 인테리어.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고속도로 합류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전기모터가 곧바로 최대 토크를 쏟아내며 차체가 지체 없이 속도를 끌어올렸다. 0~80km/h 구간에서 힘의 끊김이 없고, 회전수 상승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전기 구동의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파워풀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가속되는 타입니다. 최고출력 120kW, 최대토크 250Nm이라는 수치는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소음 억제도 뛰어나다. 풍절음은 조금 들리는 정도, 로드 노이즈와 타이어 소음은 어쩔 수 없는 전기차의 특성일 뿐, 엔진 소음이 사라진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은 PV5에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PV5 카고 모델은 편도 46.8km 주행에서 6.1kw/h라는 훌륭한 연비를 보여줬다.

PV5 카고 모델은 편도 46.8km 주행에서 6.1kw/h라는 훌륭한 연비를 보여줬다.

● 전비와 충전, 기대 이상의 효율성
 시승 중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전비(연비)다. 공인 전비 수치만 보더라도 패신저 롱레인지 358km, 카고 롱레인지 377km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패신저 모델 5.8km/kWh, 카고 모델 6.1km/kWh에 육박하는 실제 전비를 보여주며 공인 전비(패신저 기준 4.5km/kWh)를 가볍게 웃돌았다. 편도 40km 구간에서는 카고, 돌아오는 40km 구간에서는 패신저 모델을 탔는데 각각 규정속도를 지킨 정속 주행에서 기록한 전비다.

충전 성능도 상용차로서는 이례적으로 빠르다.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로 10%에서 80%까지 충전에 걸린 시간은 약 30분. 도심 배송 기사들이 점심시간 짧은 휴식만으로도 운행 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시간이 곧 돈’인 물류 업계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기아 PV5는 단순한 전기밴이 아니다. 패신저 모델은 넉넉한 실내와 정숙한 주행 질감으로 ‘움직이는 생활 공간’이라는 PBV의 개념을 현실로 구현했고, 카고 모델은 도심 물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동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췄다. 무엇보다 두 모델 모두 전기차 특유의 효율성과 정숙성을 바탕으로, 일상과 비즈니스를 유연하게 이어주는 다재다능함이 돋보인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