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기다린 얼굴은 따로 있었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알로(Alo)가 이번 시즌 선택한 주인공은 방탄소년단 진. 블랙의 카리스마, 브라운의 온기, 그레이의 절제미까지. 화보 속 진은 계절의 무드를 전부 품으며 ‘레전드 비주얼’이라는 말을 다시 쓰게 만들었다.

블랙 퍼포먼스 셋업을 입은 진은 강렬한 도시의 카리스마를 그려냈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집업과 바이크 쇼츠는 길고 탄탄한 비율을 더욱 날렵하게 강조했고, 러너 슈즈까지 더해져 완벽한 퍼포먼스 무드를 완성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순간조차 한 컷의 화보로 완성되는 그의 실루엣은 단순한 모델이 아닌 브랜드의 얼굴임을 증명했다.


라이트 그레이 니트 셋업에서는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미세한 조직감이 살아 있는 니트 위로 드리운 진의 맑고 단정한 얼굴은 우아함의 정점을 찍었다. 벽에 기대어 시선을 내리거나 옆을 바라보는 절제된 동작은 심플을 럭셔리로 바꾸는 힘을 보여줬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공간을 압도하는 오라. 이것이 바로 ‘진 클래스’였다.

피케 셔츠와 쇼츠를 매치한 또 다른 컷에서는 단정함과 청량감이 공존했다. 담백한 그레이 톤과 간결한 라인은 소년미와 성숙함을 동시에 끌어냈고, 화이트 스니커즈와 로고 삭스가 더해져 신선한 에너지가 살아났다. 절제와 자유, 두 가지 무드를 동시에 담아낸 그는 ‘룩 메이커’라는 표현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초콜릿 브라운 후디 셋업에서는 계절의 온기가 오롯이 담겼다. 후드를 살짝 눌러쓴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은 묵직한 서정으로 다가왔고, 바닥에 앉은 포즈는 가을 오후의 여유를 닮아 있었다. 따뜻한 브라운 톤과 깨끗한 피부의 조화는 부드러움과 세련미를 동시에 머금었고, 라이트 브라운 슬리퍼로 완성된 룩은 포근한 균형미를 더했다.

블랙의 시크, 그레이의 우아함, 브라운의 따스함, 그리고 피케 셋업의 청량함까지… 각각의 룩에 진의 얼굴과 고유한 분위기가 더해지는 순간, 화보는 패션을 넘어 예술로 승화됐다. 알로가 진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전 세계가 그를 ‘비주얼 아이콘’이라 부르는 이유가 또렷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