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불법 현수막 철거 ‘이중잣대’ 논란

■불법 옥외 현수막 시의원에겐 엄격 적용…시정홍보물엔 ‘모르쇠’ 묵인
■박종각 의원 ‘2025년 행정사무 감사 시민제보’ 현수막 7개 중 5개 철거
■정연화 의원 ‘고도 제한’ 현수막 3개 모두 철거당해
■분당구 관계자 “지정 게시대에 내붙이지 않아…민원 제기돼 철거”

성남시의회 박종각 의원이 “2025년 행정사무 감사 시민제보받습니다” 옥외광고물. 사진ㅣ박종각 의원 페이스북 캡쳐

성남시 분당구가 성남시의회 박종각 의원(국민의힘)과 정연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현수막들을 불법 옥외광고물이라는 이유로 대거 철거했다. 그러나 성남시의 각종 시정홍보물은 같은 불법 옥외광고물임에도 ‘모르쇠’로 묵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5일 ‘2025년 행정사무 감사 시민제보받습니다’라는 현수막 7개를 도로변, 신호등 주변 등 시민이 잘 보이는 곳에 내걸었다. 정 의원도 지난 22일 저녁 ‘고도 제한’ 관련 현수막 3개를 도로변 등에 걸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정책 홍보를 하기 위해서였다.

박 의원이 내걸었던 7개의 현수막은 하루 만에 5개가 철거됐다. 정 의원이 내걸었던 3개의 현수막은 이튿날 모두 철거됐다. 철거 주체는 분당구였다.

이들 시의원은 지정 게시대가 아닌 도로변 가로수, 가로등이나 신호등 기둥 등에 게첩(현수막이나 문서를 게시판에 게시하는 행위)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불법 옥외광고물에 해당한다. 

성남시 분당구 관계자는 한 언론에 “해당 시의원들이 내건 현수막들은 지정 게시대가 아닌 장소에 게첩하여 불법 옥외광고물이라 판단했고, 민원이 제기되어 철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 집행자인 성남시의 각종 시정홍보물은 불법 옥외광고물에 해당하는 곳에 내걸었지만, 단속의 손길을 비껴갔다. 형평성과 이중잣대라는 논란이 이는 이유다.

분당구는 ‘불법 옥외광고물’ 단속에 대해 시의원들에게는 엄격하게 잣대를 적용하는 반면, 시에서 주관하는 각종 시정홍보물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댔다.

분당구 관계자는 “시정홍보물도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게첩한 경우는 불법 옥외광고물에 해당한다”라면서도 “시정홍보물은 일정 시간 지나면 철거하고 있고, 홍보 측면에서 불가피성이 있다. 다만, 육교 같은 위험한 곳에 내건 시정홍보물은 즉시 철거 한다”라고 해명했다.

분당구의 ‘불법 옥외광고물’ 단속 이중잣대에 고개를 끄덕일 시민들은 몇 명이나 될까.

성남ㅣ고성철 스포츠동아 기자 localk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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