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 시행사가 발송한 안내문 내용. 사진제공 ㅣ 독자

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 시행사가 발송한 안내문 내용. 사진제공 ㅣ 독자



최근 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 시행사가 발송한 한 통의 안내문이 건설업계와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내문에는 “잔금유예(또는 이자지원) 마케팅을 기존 계약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미분양 세대에도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지 않고, 기존 광고는 회수·수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겉으로는 단순한 ‘내부 사정’에 따른 철회로 보이지만, 그 속내는 대형 건설사가 수년간 강조해온 ‘계약조건 안심보장제’의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행사는 안내문에서 “형평성 문제”를 언급했지만, 정작 기존 계약자들에게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 광고와 분양 과정에서 내세운 ‘안심보장제’는 후발 계약자에게 주어진 혜택이 선계약자에게도 동일하게 돌아간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행사의 결정은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소비자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다.

특히 “내부 사정”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수분양자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통보한 것은 기업으로서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분양자들은 수억 원대의 계약을 건설사의 이름값과 브랜드 신뢰에 의지해 체결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시행사는 이미 배포된 광고를 회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분양자들의 분노는 광고 여부가 아니라 “약속의 파기”라는 본질적 문제에 있다. 한 계약자는 “수분양자들을 상대로 ‘안심보장제’를 내세워 신뢰를 확보해놓고, 이제 와서 내부 사정을 이유로 조건을 거둬들인다는 것은 대형 건설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태도”라며 “최소한 기존 계약자들에게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의 문제가 아니라 대형 건설사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약조건 안심보장은 건설사들이 소비자에게 내세운 최소한의 신뢰장치였는데, 이번 사태로 그 약속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며 “앞으로 다른 분양 현장에서도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형 건설사의 이름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일방적 통보와 책임 회피뿐이었다.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의 신뢰구조를 흔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 분양대행사 측은 “분양시장 사정이 좋지 않아 잔금유예 혜택을 추진했지만 기존 계약자 반발과 회사 사정으로 중단하게 됐다”며 “급하게 추진한 것은 사실이나 특별분양 실적은 없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포항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